특별관리대상자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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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실종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람들이 죽어간다. 유명 인사와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다. 실종과 죽음에 언론은 침묵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가 일어나 1000명이 넘게 죽었다. 그 후 3년. 심판과 처단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해적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오단은 해적에 가입하기 위해 접선한다. 주원규의 장편소설 『특별관리대상자』의 세계관이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높다. 직접 소설 속으로 들어가 인물과 함께 공간을 누비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특별관리대상자』의 서사는 기시감이 드는 소재로 가득하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이 있다. 인과 관계를 밝히기보다 죽었다는 결과에 수긍하게 된 세상. 주원규는 사회를 이루는 질서라는 메커니즘에 허구적 상상력을 들이댄다.


좀 그럴듯하게. 『특별관리대상자』의 세계는 지금 여기다. 서울 도심 안에 마련된 사설 감옥, 미래 아파트. 주인공 오단은 해적에 가입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한다. 백화점 명품관을 폭파한다. 참으로 까다로운 가입 절차. 두목 해이수. 의사 출신 미우기. 회사 간부였던 남군. 탈옥자 장철수. 가출팸에서 빠져나온 리군. 해적단은 오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한다.


오단은 해이수의 암묵적 동의하에 해적단으로 들어가 참상의 실체를 목격한다. 사회 안정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부하는 컴퍼니에서 벌어지는 비밀의 실체에 다가간다. '시스템 불온지수'를 개발한 컴퍼니는 인공지능으로 사회를 불안정으로 몰아가는 '특별관리대상자'를 선정한다. 사회 안정화라는 목표 아래 인공지능이 뽑아낸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처형한다.


해이수는 컴퍼니의 중간 관리자 강 실장이 '특별관리대상자'의 서류를 가지고 오면 납치와 심판, 처형까지 실행한다. 오단은 왜 그토록 해적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지 그의 목표는 무엇인지 소설의 끝에 가서야 드러난다. 반전의 실마리는 곳곳에 있고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특별관리대상자』는 안정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탐구한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 사회를 위해 회사가 필요하진 않은가. 인간의 죄는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는가. 과연 컴퍼니의 설계는 누가 했는가. 몰아치듯 읽어가다 보면 마주하는 진실 앞에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소설의 세계라서 다행히 아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욕망의 끝은 없으며 침묵으로써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으려는 현실의 움직임 때문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특별관리대상자』는 외친다. 오단이 결국에 마주할 진실. 리군의 마지막 행동의 의미. 빠른 전개와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자신이 심판자가 되게 하라. 그렇게 못하니까 소설가가 이야기로 이런 심판도 있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세상에는 나쁜 놈 천지인데 그걸 현실에선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대리만족을 느끼라는 건데 무섭긴 하다. 내가 그 대상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맨날 누워 있으니까. 인공지능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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