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걸 얻어걸렸다고 해야 할까. 도서관이 다시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그래서일까. 1층에 마련된 신간 대출 코너에 책이 거의 없었다. 와. 사람들.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거야? 나처럼 도서관 개관 소식을 듣고 많이들 왔나 보다. 소설 책장에 꽂힌 몇 안 되는 책에서 미나토 가나에의 『조각들』을 꺼내 들었다. 영화 《고백》의 원작자라는 정보만 있을 뿐이었다.


한 권만 빌리기는 아쉬워서 2층으로 올라갔다. 이게 뭐지? 신간 책이 2층 종합 자료실에 가득 꽂혀 있었다. 올라와보기를 잘했다. 2층 올라가는 계단이 부담스러워서. 그러니까 게을러서 1층에서만 책을 고르고 떠났었는데. 가끔 찾아야 할 책이 있으면 2층에 올라오는 정도였다. 이제는 매번 올라와서 책을 빌려 가야지. 부푼 마음으로 책을 골라 들고 집으로 갔다. 미나토 가나에의 『조각들』은 소설의 정보가 전혀 없는 책이었다.


이런 내용일 줄 알았으면 빌려온 책 중에서 맨 처음 읽어볼걸. 그래도 좋다. 읽었으니. 욕심껏 책을 빌려왔는데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는 운명에 처하지 않았으니까. 미나토 가나에는 마리 유키코와 더불어 이야미스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인간 본성에 감춰진 악의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읽으면 기분 나빠지는 추리 소설이라는 뜻의 이야미스. 『조각들』은 미용외과 의사인 히사노가 한 소녀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히사노는 얼굴이 예쁘다. 가정 환경도 좋아 학교 내에서 인기가 좋다. 외국으로 봉사 활동을 갔다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루어 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히사노의 목소리는 없다. 히사노를 찾아오거나 히사노가 찾아간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히사노의 학창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히사노의 신경을 긁는 동창의 목소리로 소설은 시작한다.


히사노를 찾아와 대뜸 날씬해지고 싶어라고 말하는 시호. 자신이 정한 몸무게의 데드라인이 넘었다고 했다. 반에서 살이 찐 요코아미를 교묘하게 놀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네가 그 중심에 있었다며 요금을 깎아 달라고 한다. 히사노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요코아미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눈치챈다. 병원을 벗어나 요코아미에 관련된 인물을 만나러 다닌다.


『조각들』에서 외모의 아름다움, 공부를 잘하는 능력, 행복한 가정 환경을 인물의 입을 통해 기프트라고 표현한다.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닌 선물로써 주어져야 가질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은. 누군가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고 생각을 말해 버린다. 저 사람은 예쁘네. 공부를 잘하니 행복하겠어 라는 식으로. 자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행복의 가치를 마음대로 단정해 버린다.


도넛을 옆에 두고 죽은 소녀. 그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찾아가는 히사노. 돼지라고 놀림당했어도 당당했던 소녀. 단순히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가혹한 일을 겪어야 했다. 스스로를 못생기고 키가 작다고 생각하면서 지금의 불행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을 구하지 못한 건 내 외모 때문이야라고 짐작했던. 낮아진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세상에는 내가 끼어 들어갈 구석이 있겠지.


울퉁불퉁한 나란 사람의 조각이 맞춰지길 기다리는 퍼즐이 있을 거야. 『조각들』은 소녀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이란 자신이 찾아들어갈 조각을 완성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야 한다. 쌍꺼풀을 하면 예쁠 거야. 살을 빼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말을 듣고 있지는 않은지. 당신의 평가가 아닌 나의 판단에 의해서 내 조각은 완성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