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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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자세히 말해보자. 1년 정도는 다이어터였고 지금은 유지어터. 이거 대단한 거다. 다이어트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일단 빼는 건 독하게 마음먹으면 가능하다. 빼고 나서 가 문제다. 요요 없이 빠진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비결을 물으신다면. 안 가르쳐 줄 거다가 아닌 전부 공개 하겠습니다요.


뻔한 소리 같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이렇게 뺐다. 1일 1 식을 기본으로. 탄수화물은 조금씩. 대신 두유와 고구마를 자주 먹고 야채 위주의 식단으로. 고기를 먹어도 채소를 듬뿍 먹는다. 원래 식탐이 많다. 소화를 하지도 못하면서 일단 음식을 밀어 넣는다. 폭식하는 습관을 고치는 중이다. 야식은 가끔씩. 이러다 죽겠다 싶은 심야에만 가끔씩.


박막례 할머니는 말했다. 살 뺄 거면 처 먹지를 말라고. 할머니, 그건 어려워요. 안 먹을 순 없어요. 대신 몸에 좋은 걸 조금씩 자주 먹을게요. 그러니까 나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길게도 하고 있다. 저주받은 몸이라서 팔다리 길고 날씬하게 살 수는 없지만 무릎 관절이 안 좋아질 정도로 살이 찌는 걸 막고 바지를 입으면 허벅지 안쪽이 닿아서 쓸리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가키야 미우의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읽으면 되지 왜? 종이책으로는 나왔는데 전자책으로는 안 나왔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전자책으로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다. 주인공 오바 고마리는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쓴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소설에는 네 명의 인물이 나온다. 대형 문구업체 과장으로 일하는 마흔아홉의 노리코. 대학 신입생으로 자신의 꿈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고기쿠. 교통사고를 당해 재활 훈련을 하는 도모야.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다쿠야.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 때문에 고민하는 인물들은 오바 고마리를 만나 마음의 살을 빼기 시작한다. 고마리가 쓴 책의 부제는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이다. 몸의 문제는 마음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살이 쪘을 때와 날씬했을 때로 나누어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 대상에 올리는 노리코. 뚱뚱하다는 것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고기쿠. 사랑에 실패해서 폭식을 한 도모야. 바쁜 엄마를 위하는 마음으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다쿠야.


고마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꿰뚫어 본다. 못생긴 여자로 살아갈 훈련을 하고. 부모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당당히 말하게 한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 바꾸기를 제안하고 혼자서도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요리법을 알려준다. 에이 별거 없네. 이렇게 해서 살이 빠진다고?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제목대로 당장 살을 뺄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 할 수도 있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 남에게 보이는 몸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닌 내 안에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 가키야 미우의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마음에 붙어 있는 부정적인 살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소설이다. 날씬한 몸을 갖는 게 최선이 아니다. 일상을 유지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의 경우는 게으름과 식탐이 문제였다. 먹고 눕고. 배가 부른데도 꾸역꾸역 먹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행복해지는 결말로 끝나면 안심이 된다. 미용 목적이 아닌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살기 위해 살을 빼고 싶다면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추천한다.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는 일이 어렵다. 대신 소설에서라도 갈등이 해결되고 희망적인 내일이 펼쳐진다면 기꺼이 시간을 쓰겠다. 앞에 써 놓은 거 보니 대단한 노력으로 살을 뺀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거 아니다. 폭식을 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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