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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도 인생이니까 - 주말만 기다리지 않는 삶을 위해
김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주말이다. 토요일 저녁. 고기와 밥을 양껏 먹었다. 뿌듯하다. 늦게 일어났다. 원래 늦게 일어나는데 더 늦게 일어났다. 날이 흐렸다. 비가 오려는지 습기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복숭아 한 상자가 9900원 하길래 바로 집어 왔다. 계산해 주시는 분이 잘 골랐다고 했다. 칭찬받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얼른 파채를 양념에 버무리고 남은 김치찌개를 데웠다.
유퀴즈온더블럭을 보면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게스트와 이야기하는 장면은 건성으로 보고 퀴즈를 맞히는 부분에서는 놀랍게도 집중해서 본다. 맞추면 현금으로 100만 원을 준다. 와. 내가 출연해서 맞히지도 않을 건데. 나 왜 상상하냐. 100만 원 받으면 하는. 상상은 돈도 안 드니까. 해 보자. 마트 가서 과자와 고기를 플렉스 하고. 하고. 하고. 저금할 게 뻔하다. 받아도.
주말은 이렇게 먹방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지나간다. 그러다 일요일 저녁에는 급우울. 김신지의 『평일도 인생이니까』는 즐겨보는 브이로그에서 추천하길래 읽었다.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며 사는지 얼른 스킵 해버려야 할 것 같은 유튜브 광고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뜨끔해서. 매일 주말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고행으로 여기며 지내는 걸 반성하는 의미에서.
좀처럼 끝이 나지 않고 해결이 안 날 것 같은 일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어나갔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무엇이 되겠다가 아닌 무엇을 하겠다로 생각을 전환하라는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고 머리를 탁 쳤다. 지금까지 나는 허황된 꿈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과대한 망상에 빠져 지냈다.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실천은 하지 않으면서 꿈만 꾸는 바보.
김신지는 충동적으로 이사를 간다.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얼렁뚱땅 이사를 갔지만 대만족. 정든 집과 이별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무모하고 후회로 가득했던 이십대를 지나 인생의 짝꿍을 만나고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불투명한 내일에 기댈 것이 아니라 오늘을 즐기고 충실할 것을 이야기한다. 어른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서른이 넘어도 인간관계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이것이다. 나만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구나.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을 주는 일. 누군가의 가능성에 의문을 품지 않는 일. 불편을 감수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지 않는 일. 『평일도 인생이니까』에는 또래 친구 같은 어조로 나의 오늘에 안녕을 빌어준다. 기복이 없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화를 내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싶은데 마음은 자꾸만 삐죽삐죽 날이 서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나의 내일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월요일이 다가온다는 것. 살아 있음에 감동하며 살아가는 것.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음에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맞다. 고기도 먹어서 그런 것도 있다. 기름진 거 먹고 달달한 거 마시고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으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