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 한밤의 목소리 몬스터
김동식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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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괴물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해서 머리 두 개 달리고 얼굴이 일그러진 애들이 나오는 줄 알았다. 조악한 상상력에 기대어서 말이다. 김동식, 손아람, 이혁진, 듀나, 곽재식이 펼쳐 놓은 괴물 이야기를 담은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에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등장한다. 성공한 아이돌, 정치 컨설팅 대표, 회사원, 경찰관, 해녀를 가장한 인어.

비교적 짧은 길이의 단편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난해하고 답답한 이야기는 없다. 사건으로 바로 들어간다. 김동식의 「마주치면 안 되는 아이돌」에서 망각이라는 몬스터를 그려낸다. 성공한 아이돌을 위해서라면 매니저 팀장은 과감한 짓도 불사한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끝까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면 상대편의 약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손아람의 「킹 메이커」는 당선자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괴물의 얼굴로 살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이혁진의 「달지도 쓰지도 않게」는 가족이라는 얼굴의 몬스터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내일까지 3천만 원을 준비하라는 장인의 전화를 받은 주인공.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다섯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현실감 있는 일상의 몬스터를 그려낸다. 듀나의 「네 몸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읽고 깜짝 놀랐다. 스타일리시한 외국 단편을 읽는 듯했기 때문이다.

설정과 배경이 한몫했기도 했지만 소설을 풀어가는 솜씨가 능숙했다. 나만 몰랐나. 듀나가 이렇게 잘 쓰는지.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마지막에 전부 이야기해주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곽재식의 「이상한 인어 이야기」는 인어마저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린다.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도 본인 명의의 핸드폰 하나 개통하지 못하는 인어.

뉴스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러다 웃기까지 한다. 뉴스 보기는 예전에는 하지 않는 않는 짓 중에 하나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와는 무슨 상관이냐.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자 주의였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 쓰지는 않겠다. 꼬박꼬박 뉴스를 보고 욕을 하고 책을 읽는다. 괴물의 모습을 담았다고 해서 읽은 『몬스터: 한밤의 목소리』. 누군가는 괴물이 어디 나오는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라. 그곳에 괴물이 있다. 본모습을 잘 감춘 채 보통 사람 역할 놀이에 심취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뉴스를 보고 책을 읽지만 이미 괴물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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