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엄마-강진아

오늘의 엄마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5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나 한국 문학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쭉 그랬다.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도 그래서 애정 한다. 한국 문학에서도 한국 소설이니까.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시작으로 쭉 따라 읽고 있다. 그런데 올해 나온 강진아의 『오늘의 엄마』는 읽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제목에 박힌 '엄마'라는 말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단지 '엄마'라는 말 때문에.

읽어버렸다. '엄마'라는 말 때문에. '엄마'라는 말은 그런 말이니까. 이제는 부를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린 말. 원래 『오늘의 엄마』는 '엄마의 엄마'라는 제목으로 투고된 소설이라고 한다. 바꾼 제목이 훨씬 좋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아빠보다는 엄마가 나는 더 마음에 드니까.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지 3년이 흐른 정아에게 언니 정미가 전화를 걸어온다.

검진을 받은 엄마의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이었다. 폐암이었다. 부랴부랴 아는 인맥을 동원해 큰 병원으로 자매는 엄마를 모신다. 검사를 다시 받고 수술이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3개월 선고를 받는다. 엄마는 항암은 싫고 방사선 치료만 받겠다고 한다. 외삼촌이 항암을 받았던 모습을 지켜본 엄마였다. 정아, 정미 자매는 방사선 치료를 마친 엄마를 경주의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읽기 주저했는데 『오늘의 엄마』는 이런 내용이었구나. 아픈 엄마와 그 엄마를 간병하는 자매의 이야기. 몇 년 전의 기억이 불시에 떠올랐다.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치밀어 오르는 슬픔의 무게에 정아처럼 숨을 잘 쉴 수 없었다. 혼자 몸으로 딸 둘을 키워낸 소설 속 엄마, 박선희 씨의 이야기는 '모두의 엄마'가 가지고 있는 서사였다. 간병을 하면서 자매는 다투기도 하고 모진 말을 내뱉기도 한다.

『오늘의 엄마』는 죽음을 이렇게 극복해야 한다, 이별을 이렇게 이겨내야 한다는 식의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다. 남겨진 자들에게 어설픈 화해를 권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감정이 후회로 남는다는 걸 아는 자의 묵묵함이 『오늘의 엄마』에 담겨 있다. 엄마와 정아, 정미 자매가 나누는 담담한 대화. 삶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누고 싶었던 사랑의 마음을 전할 뿐이다.

내가 더 힘들었다고 『오늘의 엄마』가 말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일의 엄마'와 함께하지 못하는 그럼에도 '오늘의 엄마'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 엄마의 자식들에게 『오늘의 엄마』를 내밀어 본다. 주저했던 마음이 있었지만 이 소설은 '어제의 엄마'를 기억하게 해준다고. 그러니 다 괜찮다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