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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이사카 고타로를 읽었다. 2020년 겨울과 봄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2월에 문을 닫은 도서관. 버스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면 도서관이 있었다. 공휴일을 제외한 도서관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책을 읽고 빌릴 수 있었다. 코로나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풍경을 가지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거리 두기로 바뀌면서 도서관의 문이 열렸다.
마스크를 쓰고 가야 하고 한 시간 이내로 머물러야 하지만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신간을 꼭 빌리리라. 『서브머린』을 빌린 토요일은 기뻤다. 새벽까지 홀린 듯 책을 읽어 나갔다. 가정 법원 조사관으로 일하는 무토와 진나이의 일상 모험담이 경쾌하게 담겨 있다. 『서브머린』은 『칠드런』의 무토와 진나이를 다시 한번 불러온다.
꼼꼼한 일처리를 자랑하는 무토. 그에 반해 선배 진나이는 자유분방하고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한다. 무토는 진나이와 같은 조가 되는 것을 꺼려 했지만 회사 생활이 어디 자기 마음처럼 되는가. 결국 무토와 진나이, 어딘가 염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안나까지 한 조가 되어 일을 한다. 무면허로 운전해 사람을 죽인 소년 다나오카를 싣고 감별소로 가는 장면으로 『서브머린』은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소년 범죄를 사회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 『서브머린』은 무거운 주제를 말한다. 불우한 환경에 처했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지 않는다. 청소년 범죄에서 쟁점은 그들의 과거를 어느 정도로 선에서 이해를 할 것인가이다. 다나오카는 인도로 돌진해 사람을 치어 죽였다. 무토의 할 일은 그와 면담을 하고 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서브머린』은 여러 개의 사건이 중첩되면서 결말에 가면 하나로 모인다. 다나오카의 숨겨진 과거와 그가 사고를 일으킨 현재의 연결 고리를 무토와 진나이는 찾아간다. 핑퐁 게임을 하듯 주고받는 경쾌한 대화. 사건의 진상을 알아갈수록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 함부로 용서와 화해를 말하지 않는 머뭇거림. 이사카 고타로는 능숙한 솜씨로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쾌감을 선사한다.
악인이 없다는 게 『서브머린』의 특징이다. 분명 사고를 일으켰고 죄를 지었다.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추적하면서 생각의 몫을 독자에게 남겨 놓는다. 이사카 고타로의 말대로 소설을 읽고 나면 고개를 숙이기 보다 정면을 보면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대충대충 살아가는 듯 보이는 진나이의 진짜 모습을 통해 타인의 슬픔을 들여다보며 일상을 살아내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