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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몽전파사 ㅣ 소설Q
신해욱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시는 꿈에서 출발한다. 시의 기원은 꿈이다. 신해욱의 『해몽전파사』는 이렇게 말하는 소설이다. 망가진 헤어드라이어기를 고치러 찾아간 그곳에서 '각종 꿈 매입'이라는 글귀를 본다. 꿈을 사겠다니. 전날 꾸고 기록에 남겨 두었던 꿈을 가게 앞에 적힌 번호로 보낸다. 이층으로 올라오라는 답신이 왔다. 해몽전파사 앞에서의 일이었다. 그날부터 학원에서 수업을 하는 신선생인 나는 해몽전파사 이층으로 가게 된다.
주인인 초로의 여자에게 꿈을 팔고 돈을 받았다. 그 돈으로 늦은 저녁밥을 먹고 복숭아를 샀다. 꿈에 관한 책을 읽고 서로의 꿈에 대해 들려주는 해몽 전파사의 모임에 들어간다. 자주 꿈을 꾸고 그걸 잊지 않기 위해 애쓰던 중이었으니까. 『해몽전파사』는 소모임과 강좌가 진행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꾸는 꿈을 들려준다. 그들이 해몽 전파사에서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오직 꿈에 관한 것이다.
다들 가게라고 부르는 곳에서 간밤에 꾼 꿈을 나눈다. 모임의 주체인 그녀를 진주 씨라고 부르며. 진주 씨는 유방 초음파에서 암이 발견되었고 나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이 죽기 전 천 개의 꿈을 모으면 전파사를 주겠다는. 웃음이 나왔다. 웃지 말아야 할 순간에 터지는 웃음. 삶의 시련은 갑자기 터지는 웃음처럼 뜬금없다. 이 모든 일이 꿈이었으면 하고 생각될 때가 있다.
무수히 많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 평소에 가지던 불안감과 두려움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늘을 날고 쫓기고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다소 어두운 얼굴로 출현한다. 꿈을 받아 적을 수 있을까. 『해몽전파사』에 번호가 매겨진 꿈은 시가 된다. 인과 관계없이 오로지 꿈의 장면을 펼쳐 놓는다. 모임에 나오던 그들이 일상의 고난을 마주할 때 서로의 꿈을 들려주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한다.
천 개의 꿈을 모으지 못하고 소설은 끝이 난다. '일요일만으로 이루어진 시간의 페이지가 바람에 날려 무수히 넘어간다'를 끝으로. '일요일에 연락할게'라고도. 참으로 애틋한 말. 좋은 말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하며 쓰고 싶다. 일요일에 연락할게. 기억나지 않는 어지러운 꿈을 꾸고 일어난 일요일 오후에 날아오는 그런 말이라면 힘이 난다. 간밤에 꾼 꿈이 내 삶에 힌트가 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내일 때문에 불안해하는 나를 위로하지 않을까. 꿈의 역할은 그런 의문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면 된다.
꿈을 나누는 일이 천 개의 꿈을 모으는 일이 당신을 살게 한다면 기꺼이 내 꿈을 나누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