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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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광주에게.

소설가 정도상은 긴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소설 『꽃잎처럼』은 진압군이 전남 도청으로 밀고 들어온 1980년 5월 26일에서 27일을 다룬다. 여자와 학생은 전부 나가라고 그 밤에 그들은 말했다. 도청에 남아 있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자정에 진압군이 작전을 개시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명수는 들불 야학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두고 나갈 수가 없다. 자신의 첫사랑 희순이 부탁이 있기도 했다.

사랑의 목숨을 건 노명수는 도청을 나가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가족이 찾아와 자식을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젖을뿐이다. 가난해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시골에서 광주로 올라와 누나와 단칸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야학 강습을 받았다. 그곳에 희순을 다시 만났다. 희순은 명수가 처음 사랑에 빠지게 한 사람이었다. 대학생이었다가 노동자가 된 희순.

희순은 시민군 대변인을 맡고 있는 상우를 끝까지 지켜 달라고 했다. 부탁을 받은 명수는 도청에 남아 있기로 한다. 『꽃잎처럼』은 끝까지 도청에 남아 있었던 이들의 심정과 마음을 그린다. 총을 잡았지만 쏠 수는 없었다. 세 발의 총알을 장전했지만 잡고 있기만 했다. 진압군은 잔인했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총을 난사했다. 모습을 드러내면 살려준다고 했지만 그들은 어린 소년들까지도 무참하게 죽였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었다. 학교를 다니고 공장에 취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꿈꾸었다. 신군부가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벌인 만행 앞에서 그들은 꿈과 사랑을 잠시 잊어야 했다. 적과 싸워야 할 군인들이 시민에게 총칼을 겨누었다. 5월 21일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시민에게 총을 쏘았다. 광주 시민들은 믿을 수 없었다. 언론은 침묵했고 광주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나라면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

『꽃잎처럼』은 오월 광주를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죽음이 임박해 있었다. 그럼에도 죽음으로써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을 눈앞에서 목격한 노명수는 '어제와 다른 새로운 생이 시작' 되었음을 직감한다. 소설가 정도상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광주 사람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오월 광주를 겪지 않았으며 그런데도 문학의 출발은 광주였다고도.

『꽃잎처럼』의 원래 제목은 『도청』이었다. 도청을 지키며 남기고자 했던 것. 오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해야 함을 『꽃잎처럼』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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