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북클럽 문학동네 3기를 신청했다. 1기와 2기도 함께 했으므로. 한 번 시작한 건 끝까지 가자는 주의이므로. 문 앞에 웰컴 키트가 배송 되었다는 문자를 보고 설렜다.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 보았다. 선택 도서 한 권을 포함해 총 세 권의 책을 받을 수 있다. 맨 먼저 열어본 건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다른 때보다 특별한 건 책 앞장에 수상을 한 일곱 명의 작가 사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일이 책에다 직접 한 건가. 아니면 프린트 한 건가. 이런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나. 얼른 책이나 읽으쇼.

한 집안에 한 명씩 있다는 악역의 역사를 훑어가는 강화길의 시선은 이채롭다. 「음복(飮福)」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 모인 그녀들의 악담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인지를. 소설은 제삿날 모인 가족의 풍경을 묘사한다. 이제 막 결혼을 한 나의 입장에서 그녀들의 모습은 이상하게 보이다가 후반부에 가서야 전복된다. 나의 집안에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고 억눌린 역사를 가진 이가 있었다는 것을 기어이 떠올리고야 마는 것이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는 이상한 열망을 응시했다. 나보다 앞서가는 자에게 바라는 부디 지치지 않도록 염원하는 다급한 부탁. 글을 쓰는 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오래 고민한 흔적이 소설에서 엿보인다. 여성 화자를 전면으로 내세워 그들이 불안해하는 현재를 통해 최은영은 자신의 미래를 예측해 보고 있다. 독자가 쉽게 소설로 진입할 수 있게 만드는 편안한 문체는 고독한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그런 생활」에서 드디어 새로운 어머니를 만났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어머니상을 김봉곤은 날렵하게 던져 버린다. 아들이 게이임을 뒤늦게 알아챈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설득 시키는 게 아니라 어머니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방치하는 아들. 두 모자의 발랄한 일상기는 '그런 생활'이 남들이 말하는 '그런 생활'이 아닌 평범한 생활이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고 독려하며 신이 나게 끝난다.

임신 중지라는 소재를 날렵하고 밀도 있게 담아낸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 화자가 지칭하는 '당신'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성의 선택권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투박한 발언 보다 소설로써 담아낸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준다.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느냐보다는 여성이기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김초엽의 「인지 공간」은 단체로 기억을 공유하고 보존하는 미래를 그린다. 집단의 기억만이 남아 살아가는 미래에서 개인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장류진의 소설을 읽으면 모든 일에 있어 근거 없는 긍정이 생겨난다.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자신감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맘 카페에서 알게 된 여성 운전 연수 강사님과의 시간을 그린 「연수」는 결말에 이르게 되면 '나 잘 할 수 있는 거지?'라는 터무니없는 활기에 휩싸인다. 운전 빼고 인생에 있어 단 한 번도 실패가 없던 '나'가 운전 연수를 통해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을 혐오와 배제를 경험하면서 활달한 내일로 나아간다.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는 국경을 넘어 이룩한 새로운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혈육으로 맺어진 고리타분한 가족주의가 아닌 국경,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해서 형성한 가족은 기존의 관념을 파괴한다. 우리 옆에 놓인 한자는 가축의 집인 축사를 의미하는데 이는 소설 속 부모인 재현과 아내의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생각의 형태이다. 유학 간 아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의 대학을 간다고 해서 부부는 아들을 만나러 간다. 아들이 사는 곳에서 이룩한 가정의 형태에 낯섦과 기이함을 느낀다.

일곱 편의 소설이 담긴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책의 앞 장을 보았다. 봄에 대한 찬사 혹은 바람. 봄은 그러니까 아주 희미한 빛이었다가 그런 생활로 이어지면서 다른 세계에서도 마주해야 할 우리의 환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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