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장류진.한정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 보다 봄 2020』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을 읽다가 가격을 확인했다. '값 3.500원.' 이거 이거 너무 싸잖아. 아직 커피 한 잔도 안 되는 돈으로 책 한 권을 사서 읽을 수 있다니. 감격. 부지런한 누군가는 각 계절에 나오는 계간지를 사서 읽겠지만 나는 한 계절이 끝나갈 때쯤 나오는 『소설 보다』 시리즈를 산다. '이 계절의 소설'을 대표하는 세 편을 읽는 것으로 한국 문학과 함께 한다는 기분을 느낀다.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은 현대문학 핀시리즈로 나온 『불과 나의 자서전』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다룬다. 재개발이 된다, 안 된다를 몇 번씩이나 반복 되어온 구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세입자로서 3구역에 들어온 '나'는 동네 길고양이 태비를 돌본다. 고양이 캔을 사다가 바닥에 두는 것이 전부이지만. 태비가 음식 먹는 것을 바라보다 '너'를 만난다.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일하는 '너'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타자를 응시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관조임을 「3구역, 1구역」은 말한다. 가급적 판단을 하지 않을 것.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갖다 던져 버려. 장류진은 「펀펀 페스티벌」에서 쓸쓸한데 비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씁쓸해지는 뒷맛을 남기며 그렇게 말한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펼쳐지는 쇼가 가미된 합숙 면접의 풍경을 그리는 「펀펀 페스티벌」. 장류진은 인물을 그리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별난 인물이 아닌데 옆에 앞에 있어서 내 심기를 툭툭 건드리는 인간을 소설로 데리고 와 시원하게 위선을 까발린다. 대리 만족을 느낀다. 나는 못 까지만 장류진은 까주니 사이다 한 잔을 들이켠 듯한 기분으로 소설을 읽어 나간다.

오늘은 토요일. 내일은 일요일. 이런 사실 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한정현의 「오늘의 일기예보」는 단순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오늘과 내일을 꿈꾸는 소설이다. 젠더 문제, 고문 피해자, 비정규직, 비혼의 이야기를 모두 담지만 무겁거나 외면하게 만들지 않는 담백함을 가지고 있다. 어제의 고통을 묵과하지 않은 채 오늘의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오늘의 일기예보」 속 인물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겨울은 외로웠고 봄은. 우리의 봄은 서로를 다독이고 안아 주어야 한다. 슬픔의 봄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우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소설 보다 봄 2020』에서 만난 우리들. 인간은 다면적이다. 집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면서 길고양이를 구하는 「3구역, 1구역」의 '너'와 스펙 쌓으려고 온갖 개고생을 하고서도 노래 부를 때 쪼를 극복하지 못해 좌절하는 「펀펀 페스티벌」의 '지원', 시를 강의하는 고모와 살면서 아름다움을 희망하는 '보나'까지. 소설은 인간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봄의 문을 연다.

우리의 봄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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