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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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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이 돌아왔다. 서른네 살의 수짱은 마흔이 되었다. 그 사이에 그녀는 카페 매니저에서 어린이집 조리사로 직업을 바꿨다.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는 마흔이 된 수짱의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나이를 먹었다는 자각이 들었지만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안심하는 수짱. 함께 일하는 친절한 분이 수짱에게 마흔 살 생일 기념으로 젓가락을 선물한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수짱.
『수짱의 연애』이후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여전히 혼자인 삶일까. 일이 끝나고 돌아가서 집을 청소하고 자신만의 식탁을 차릴까. 그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에 담겨 있다. 변하지 않았다. 수짱은.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고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아이들과 어울리며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마흔의 수짱과 마흔다섯의 사와코의 삶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나의 오늘을 위로한다.
'혼자 사는 삶.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건 뭘까?'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를 소개하는 문구다. 수짱과 사와코는 혼자 살아간다. 종종 혼자인 삶에 불안을 느낀다. 사와코는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정년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그 후의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자식과 손자가 없는 노후의 삶이 불안하긴 하다. 사와코는 아픈 엄마를 돌본다. 문득 자신의 곁에는 누가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수짱은 우연한 밤 산책길에 예전에 좋아했던 쓰치다 씨를 만난다. 결혼 여부는 묻지 않은 채 그간의 안부와 신상 이야기를 건넸다. 다시 만날 것을 예고한 쓰치다 씨. 수짱과 쓰치다 씨는 어떻게 될까. 대단한 사건도 깜짝 놀랄만한 반전도 없는 만화,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조금씩 아껴 읽으며 펼쳐본 이야기에서는 묵직한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사와코가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 수짱이 생각하는 오늘의 나의 모습. 쓰치다 씨, 그러면 안 돼요 하고 말해주고 싶은 밤. 각자의 자리에서 불안하지만 현재를 긍정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답게 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주변의 시선에서 의미 없이 하는 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구나, 머릿속이 아닌 입으로 말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걱정이 사라진다는 듯이.
고마움을 표현하고 곤경에 처해 있으면 있는 힘껏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면 괜찮다. 수짱과 사와코가 느끼는 나이를 먹는다는 불안에서 우리 모두 자유로워지자. 스무 살에는 마흔이 멀어 보이고 그 나이가 되면 늙어버렸다는 것에 우울해질 것 같았지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나이를 의식하고 지내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표현이다. 신분을 증명할 때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일 때, 약봉지에 쓰인 만 나이를 볼 때나 와, 나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생각하는 정도다.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동지애를 느낀다, 수짱과 이곳의 나는. 그녀와 내가 할머니가 되는 꿈을 이룰 때까지 서로의 오늘을 응원해 줄 것이다. 대단한 오늘이 아니어도 좋다. 평범한 시간을 가졌음에 감사해 하며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