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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자유 -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
이진송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이진송의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넘기기 전 영롱한 책 표지를 보라. 거기에는 '니 연애 니나 재밌지'라는 말이 쓰여 있다. 이 문구를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다면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읽을 자격이 충분히 되니 얼른 책을 넘겨 보시라. 지금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라고 외치는 세상에서 이진송은 자신을 비연애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여기를 봐도 연애. 저기를 봐도 연애. 모두 연애에 환장한 것 같은 세상의 풍토에서 연애를 하지 않을 자유를 외친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연애주의자들을 한 방에 쓰러뜨릴만한 펀치를 날리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나 소나 고양이나 연애를 외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를 연애로 묶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소비의 시대가 열린다.
왜 그달의 14일은 무슨 데이로 지정되어 있을까. 상술이라고 하지만 나만 초콜릿, 사탕, 빼빼로를 못 받으면 바보 같다. 그래서 누가 준척 홀로 부스럭 초콜릿 봉지를 까야 할 것 같은. 심지어 연인에게 충치를 유발하는 달다구리를 못 받으면 홀로 짜장면이라도 먹으라고 부추긴다. 상술의 끝판왕이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말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연애를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차이를 알아달라고.
안 하는 걸 못하는 것으로 간주해 끊임없이 연애지상주의를 외치지 말아 달라고.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연애에 대한 환상에 자리 잡은 폭력성을 알려준다. 물론 재치와 풍자와 유머는 필수로 장착해서. 남녀가 좋아해서 만나는 관계 안에서조차 사랑은 권력으로 구애라는 이름은 스토킹으로도 바뀔 수 있다.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관계로 금방 탈바꿈해서 약자를 생산한다.
연애만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가치의 척도로 삼는 사회에서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한줄기 등불 같은 책이다. 영화, 책, 예능, 드라마, 웹툰을 예시로 연애가 가진 환상과 문제점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즐기던 나를 한 대 때려줘야 할 것 같다. 여자들이 가지는 우정을 폄하 당하는 점과 나쁜 남자 콘셉트가 가지는 이중성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삼포 세대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이름 지어 부르기 전 왜 그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는지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포기하게 만들어 놓고 왜 연애, 결혼, 출산을 안 하냐고 눈알을 부라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가만히 냅두자. 안 하겠다는데 자꾸 하라고 그래야 너도 이 사회에 어울리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이런 말의 저의는 돈을 쓰라는 것입니다.) 이런 말로 '홀로'를 괴롭히지 말자.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는 연애를 부추기는 사회에 날리는 일침, 이침, 삼침, 똥침이…여기저기에 있다. 읽다가 윽 하고 내 엉덩이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 건 알아야 한다. 각 잡고 드라마 좀 보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연애 끼얹기가 나와서 매번 시청을 중단해야 했다. 서사 구조에도 안 맞는 연애가 난무했는지 이제 조금 알겠다. 연애를 하라고 그래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으라고 하는 요구에는 저열한 자본주의의 소비 조장이 숨어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해야 할 자유보다 하지 않을 자유를 이야기하기에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최적의 맞춤 끝판왕 웃음 첨가물(읽다가 나자빠져도 난 몰라)의 책이다. 기승전연애주의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데 그런 사람들은 책을 안 읽을 테고 오늘도 너는 왜 애인이 없니 소리를 듣다가 미치지 않기 위해서 책의 제목인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발견해 어지러운 마음을 치유하려는 이들이 읽으며 소리 내어 울다가 웃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