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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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운자도 모르는 나. 숨쉬기도 운동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부들부들한 분홍색 이불에 감겨서 전기장판과 한 몸인 나.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게 된 지 4주가 되어 생활 반경이라고는 방과 방 사이가 된 나. 한때는 요가를 다니며 날씬이로 거듭나겠다고 했던 나. 그마저도 '인싸의 습격'으로 그만두고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다이어트는 무조건 굶는 것으로 해결 보려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나.

이러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 움직이는 게 귀찮으니까. 운동을 열심히 한 누구들의 기록을 읽는다. 이진송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책이다. 내가 해보지 않은 운동 체험에 대해 자신을 아낌없이 갈아서 들려준다. 나는 이런 운동을 해서 저런 효과를 봤으니 여러분도 이렇게 저렇게 해보세요,라고 주접을 떨지 않는 책이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재밌고 뻔뻔하고 이거 내 얘기 아닌감? 하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난다. 제목을 다시 한번 볼까?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이다. 무려 오늘은 인 것이다. 오늘도가 아니다. 오늘은,이라는 말은 어제도 그제도 운동하러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뭐야, 이거. 내 집에 CCTV 달아서 내 얘기 쓴 거 아니야? 하하하. 이진송은 이 책에서 자신을 운동 기부 천사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열의를 가지고 운동을 배우겠다는 그 열망 하나만으로 등록을 한다. 각종 할인의 미끼를 덥석 잡아 최소 3개월 치를 끊는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나가다가 그렇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그 시기가 온다. 오늘은 쉴까? 그러다가 문자가 온다. 운동화를 가지러 오라, 왜 안 오세요 회원님으로 시작하는 협박과 회유의 문자. 많이도 배웠다. 이진송은. 헬스는 기본으로 나는 이름도 생소한 아쿠아로빅, 필라테스, 요가, 복싱 등등.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단순히 운동 체험기가 아니다. 운동을 배우러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 그중에서 가장 격한 공감을 자아냈던 건 아쿠아로빅에서 만난 '인싸'였다. 처음 보는데 등을 문질러 주고 보디 크림을 발라주면서 신상을 캐는 '인싸'. 나 역시 인싸를 만나서 그 자리에서 신상이 다 털리고 나중에는 에어컨까지 켜드려야 했다. 나이가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피티 선생님이 배와 어깨를 찌르면서 살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운동은 뒷전이고 사생활 캐기에 열심일 때. 여성이 운동을 한다고 할 때 무조건 다이어트와 연관 지어서 말할 때.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에서는 그 같은 상황에 처하면서 깨달은 '나의 몸 사랑하기'의 지침이 있다. 나 역시 울퉁불퉁 못난이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하다. 매일 몸무게를 재면서 자책과 후회에 빠진다.

각종 운동을 체험판으로 섭렵한 이진송은 말한다. 환불도 교환도 안 되는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보아 달라고. 레깅스를 입겠다고 다리에 보톡스를 맞았던 이진송은 무너진 근육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자신을 쳐다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왜 안되지?' 했을 때를 시작으로 다이어트가 아닌 마른 몸매가 아닌 건강하고 자신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읽었으니 나는 어떤 운동을 해볼까. 집에만 있으니까. 홈트는 어떨까.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일단 이진송의 재기 발랄하고 실패 가득한 운동 체험기 때문에 웃음이 먼저 터지지만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몸무게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해본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책을 읽고 싶다.

아니, 당장 운동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책에서 추천한 홈트 유튜브 '땅끄부부'를 보겠다고요. 그러다 보면 기막힌 알고리즘으로 다른 채널도 추천해 줄 것이고 그러면 난 또 누워서 우와, 이야, 훌륭해 같은 말을 내뱉으며 감탄해 마지않겠네요.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은 운동하러 갈 것 같은 예감에 뿌듯해하며. 아주 약간 우울해 있었는데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읽는 내내 웃을 수 있었다. 안면 근육 운동은 실컷 했다. 이만하면 이 책의 소임은 다했다. 많이 웃어서 귀여워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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