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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김애순.이진송 지음 / 알마 / 2019년 1월
평점 :
미혼(未婚)의 사전적 정의는 '아직 결혼하지 않음. 혹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다. 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음. 또는 그런 사람'이다. 차이를 알겠는가. 미혼은 결혼할 여지를 남겨 두는데 반해 비혼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요즘은 미혼이라는 말 대신 비혼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비혼에는 자발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도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이라는 말이 붙는 것과 붙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88년생 이진송과 41년 김애순이 가지는 공통점이란 그들이 여자이고 '비혼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걸로 함께 책을 쓴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은 오랜 시간 그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넘어서서 살아가는 여자 즉 한 인간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신, 싱글, 비혼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 41년생 김애순은 혼자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중학교 때 본 영화 한 편 덕분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실천하는 길에 결혼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절 여자로서는 드물게 대학을 가고 공무원이 되었고 나중에는 국회 비서관으로도 일했다.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싶어 수녀 생활을 잠깐 했고 독신 여성들의 단체 '한국여성한마음회'를 만들기도 했다. 김애순은 그렇게 혼자서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한국 사회에서 '비혼'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마음의 자세,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몸과 건강 챙기기, 아늑한 주거지 만들기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혼자이지만 부모, 친척, 이웃과 지내는 법까지 김애순은 이진송에게 다양한 삶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진송은 역시 비혼으로서 살아가는데 겪는 불편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비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결혼을 기본값이라고 보는 시선에 대해. 타인의 결혼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오지랖에 대해. 여성 혼자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조건에 대해.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솔직하고 격의가 없다. 결혼과 출산의 짐을 여성에게 지우려는 것으로써 저출산을 해결하려는 제도의 편협함을 안타까워한다. 김애순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하기 싫으니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삶에 대해 어떤 사연과 이유를 끌어내려고 하지만 그냥 싫은 게 전부이다.
포기가 아니다. 선택이다, 비혼은. 김애순과 이진송은 그렇게 말한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롭다고들 하는데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을 한다는 게 이유가 되나. 이진송의 말대로 인간은 혼자라서 오는 고독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자식이 없으면 말년에 어떻게 할 거냐고도 하는데. 자식을 노후 대책으로 삼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나의 행복을 위해서 비혼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이지 대단한 삶의 신념을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다.
너나 잘하세요. 나의 삶에 이런저런 간섭을 늘어놓는 이에게 김애순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비혼'이라는 말이 특별하지 않을 때가 오겠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은 나와 잘 지내는 것으로서 1인분의 행복이 완성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책임지지 않으려고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다. 자유와 행복 추구 같은 보편적인 삶의 만족을 위해 '비혼'을 선택한 김애순과 이진송의 진솔한 대화는 이상한 용기를 불어 넣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