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 - 우리의 일상 속 생활의 변화를 취재하다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이언숙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물건을 버리고 생활을 간소하게 살라는 지침이 있는 줄 알았다. 사사키 도시나오의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의 제목만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면 생활을 간단하게 살 수 있으려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시작은 흥미로웠다. 채소를 인터넷 판매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다. 오이식스라는 회사는 농가와 연결해서 소비자에게 택배로 채소를 파는 곳이다.

당도가 높고 맛있는 채소를 경작하는 곳을 찾아가 판매를 부탁한다. 인터넷 판매가 무엇인지 모르는 농부는 일단 거절한다. 오이식스 바이어는 꾸준히 찾아가 설득에 성공한다. 채소를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유기농 제품을 집까지 받아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가족에게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아지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는 안전한 먹거리에서 출발한 간소한 살기의 형태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를 찾아가는 책이다. 역사적 배경과 책의 인용, 저자의 취재를 통해 음식, 주거, 인터넷의 변화를 서술한다. 세계적으로 부는 미니멀리즘 열풍의 원인을 분석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단순하게 살아가기의 시작이었다. 많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삶을 속박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저자가 직접 해먹는 간단한 음식 조리법이 실려 있다. 최소한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집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위로 위로'와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밖으로 밖으로'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피력한다. 대신 타인과의 연결로써 자신을 보호받을 수 있는 '옆으로 옆으로'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한다.

도시에서 전원으로 살기가 유행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전원에서 사는 건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전원에서는 자동차가 필수품이다. 난방을 하기 위해서는 석유를 더 태워야 한다. 소비를 줄이고자 한다면 산속이 아닌 도시가 더 낫다는 것이다. 통념과 고정관념을 차분하게 반박하면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으며' 살아가기를 권유한다.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지침은 없다.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에서는. 미니멀리즘의 현상을 분석하고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한 사람들의 사례를 취재해 이렇게도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책이다.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닌 유행이 무엇인지 모른 척 살아가는 느긋한 삶.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 내 안의 나가 보내오는 신호에 반응하는 삶. 느긋하게 살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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