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세상 문학동네 청소년 43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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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하지도 못하고 있다. 세상을 잠깐 바깥에 두고 책을 읽는다. 죽은 아들을 저승 문턱까지 데려다주는 이야기. 몸이 분리되어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는 이야기. 붉은 손등을 가진 아이가 자신의 방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이야기. 다른 행성으로 공부하러 가다가 도중에 시험을 보는 이야기. 최상희의 소설 『 B의 세상』에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여덟 편의 소설이 담겨 있었다. 나는 『 B의 세상』이 장편 소설인 줄 알고 읽어 가기 시작했다. 「고스트 투어」는 다소 충격적인 결말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유나의 유나」로. 읽다가 조금 이상했다. 앞 이야기는 죽은 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서사였다. 뒤 이야기는 몸이 분리되어 주인공이 하기 싫은 일을 하러 다니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바로 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죽은 아들의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로 읽었다.

왜 이렇게 황당한 오독을 했던 걸까. 『 B의 세상』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현실과 비현실이 마구 혼재되어 나타난다. 배경은 지구였다가 다른 행성이고 우리나라였다가 외국이기도 한. 자유롭게 시공간을 넘나든다. 육체는 존재하지만 영혼이 희미해진 채 그걸 견디는 아이들이 나온다. 표제작 「B의 세상」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발문이 주요 사건으로 등장한다.

학교에서 당한 폭력과 성추행의 내용이 담긴 고발문을 읽고 모두가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쓴 글은 아닐까 하는. 선생 A를 B가 고발한 내용은 모두가 숨겨 놓은 일이었다. 어른들은 A를 감싸준다. 그러한 일로 B들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서글프고 아픈 소설이었다. 외계인이 우리 집에 방문한다면? 이런 상상으로 쓰인 소설 「방문」을 읽고 나면 가슴이 아린다. 모두가 추억하는 얼굴로 외계인이 우리 집에 찾아오는 것이다.

다른 내용과 다른 제목으로 묶인 여덟 편의 소설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게 된 착각에는 『 B의 세상』이 가지고 있는 환상성 때문이었다. 현실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 B의 세상』에서는 슬프게 보였다. 환상으로 도피할 수밖에 없게도 이곳의 현실은 무참했다. 꿈보다는 좌절을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알아버린 고독한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

나의 세상을 잠시 바깥에 놓아두고 있다. 때론 환상이 현실을 압도하면서 격려를 하기도 하니까. 도피는 아니다. 두고 온 세상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환상 속에서 빌어 보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희미해진다고 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희미하게 버텨 본다. 나의 세상이 완전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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