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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니멀리스트의 고민 - 맥시멀리스트 세상에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남는 법
이용준 지음 / 이루 / 2019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 코너에서 빌려온 책.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고민』을 읽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오전에. 읽다가 욕실 청소를 했다.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청소다. 특히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몸을 더 움직이고 싶다. 욕실은 늘 물을 쓰니까 곰팡이와의 싸움이다. 솔로 바닥을 닦고 안 쓰는 목욕용품을 정리했다. 때수건도 햇볕에 바짝 말려 두었다.
선반 위에는 샴푸와 폼클렌징 두 개만 놓아두었다. 예전에는 얼굴에 좋다는 이것저것을 마구 쓰기도 했다. 지금은 마트에서 세일하는 저렴한 제품을 사서 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얼굴 상태는 똑같다.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고민』은 미니멀리즘의 세계에 돌입한 저자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이 둘에 아빠인 저자 이용준은 삼십 대 중반에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미니멀리즘의 입문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눈다. 처음에는 모든 걸 버리는 단계로 시작한다. 아내는 맥시멀리스트인데 대화를 하면서 물건의 수를 조절해 나간다.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아내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사자는 주의인데 저자는 일단 필요성을 따져 본다. 미혼보다 기혼이 미니멀리즘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체 게바라를 롤 모델로 그가 했던 말을 변형해서 최소주의를 실천한다. 자신이 물건을 버리고 비우겠다고 해서 타인까지 동조해 주길 바라는 건 무리이다. 일단 내 물건을 위주로 정리해 나간다. 회사에서라면 책상을 치우고 서랍을 정리한다. 너무 휑해서 내일 퇴사하냐는 물음을 받기도 했단다. 물건, 일, 마음, 육아, 패션, 몸에 관한 성찰을 하면서 간소하게 살아가는 일의 행복을 보여준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알몸으로 태어나 겨우 옷 한 벌 입고 떠난다. 터질 듯한 옷장이 있는가. 사도 사도 불만족스럽고 무언갈 계속 채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가. 소비를 했는데도 허전한 마음이 드는 역설 앞에서 일단 버려야 할 물건부터 추려보자. 이 상자는 예쁘니까 나중에 쓰겠지. 양말 한 켤레에 300원이잖아. 당장 사야겠어. 얼마 이상이면 배송비 무료니까 장바구니를 채워볼까.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다면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고민』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보자. 빈 방이 주는 고요함. 물건이 없어서 내 목소리가 울리는 경험. 치우지 않아도 되니 스트레스가 없는 주말. 우리는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비우기를 위해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