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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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가 살해당했다. 아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누쿠이 도쿠로의 『프리즘』은 이상한 추리 소설이다. 교사는 수면제가 든 초콜릿을 먹었다. 유리창으로 침입한 흔적이 있다. 강도의 짓임이 의심되지만 초콜릿을 보낸 자의 신분이 명확하다. 학교에서 같이 일하는 선생이었다. 그는 밸런타인데이에 받은 초콜릿에 답 선물로 보냈다고 경찰에게 밝힌다. 자신은 절대 수면제를 넣지 않았다고도 말한다.

살해 사건을 중심으로 추리가 시작된다. 소설은 다섯 장면으로 펼쳐지는 추리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먼저 살해당한 선생님의 반 아이들이 추리 게임에 들어간다. 수업을 하지 못하는 동안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선생님의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누가 범인인지를 밝힌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범인으로 지목 당한 이가 추리를 펼쳐 나간다.

『프리즘』은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간다. 사건 자체는 어느 추리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소설의 구성 장치가 평범하지 않다. 초등학생이 추리를 해 나가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동료 선생이 다시 추리를 이어 나간다. 이야기의 끝마다 범인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소설을 다 읽은 독자라면 시도해 보아야 한다. 누가 범인인지를 추리해내는.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할까. 작가 후기에서 밝히지만 누쿠이 도쿠로는 『프리즘』을 단순한 추리 소설로 쓰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났다. 자, 범인을 찾아볼까. 여기까지는 보통의 추리 소설이다. 다음부터가 문제다. 독자를 추리 대결로 끌어들인다. 범인으로 지목된 이들이 각자의 방식과 논리로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프리즘』은 소설의 끝에서 범인을 알려줄까.

살해당한 교사가 가진 일상의 비밀이 드러난다. 우리는 한 사람을 전부 이해하고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남은 자들이 살인자를 찾아야 한다. 『프리즘』은 살인자를 찾기 위해 교사의 지인이 총출동한다. 죽은 자의 원한을 풀어주려는 선의가 아니다.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누군가를 살인 사건으로 엮기 위한 것이다.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다.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이다, 『프리즘』은. 한 번 읽으면 도저히 멈출 수 없다. 누가 범인인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왔다. 드디어 범인이 밝혀질 것인가. 누쿠이 도쿠로는 독자를 궁금하게 미칠 정도로 몰아간다. 그러고 나서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 그럼에도 사건의 범인을 밝혀야 한다. 『프리즘』은 여러 단서를 주고서 독자에게 범인을 찾으라고 한다. 추리 게임은 시작되었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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