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14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마음 번역 에세이
노지양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기대하지 않기. 욕심을 버리기. 나를 좋아하기.

번역가 노지양의 에세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를 읽고 이 세 가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백팩에 노트북과 원서를 넣고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번역을 한다. 온전한 하루를 가질 수 없어서 아이가 집으로 올 때 가지의 몇 시간. 저녁을 하기까지의 몇 시간. 그 시간 동안 악착같이 일에 매달린다. 욕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서 나보다 좋고 화려한 걸 가진 이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번역이라는 일에 매달린다.

책을 읽을 때 번역가의 이름을 염두에 두고 읽지는 않는다. 처음 읽었은데 단숨에 매혹된 작가의 시리즈를 읽을 때야 번역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정도다. 한 작가의 책을 충실히 번역해서 내놓다니 꾸준함에 경의를 표한다. 출판 환경이 허락된다면 시리즈를 전부 번역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검색과 단어의 뜻을 헤아린다는 것. 엉덩이의 힘으로 책이 나온다는 것.

다른 이가 쓴 책이지만 최선을 다해 문장을 다듬는 이가 있어서 오늘도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었다.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는 솔직함으로 무장한 책이다.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번역을 하게 된 노지양은 일하는 사람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 꿈을 이루고 싶은 미래의 나로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 각기 다른 나들이 내는 목소리를 책에 담았다.

번역을 하면서 알게 된 영어 단어에 의미를 부여해 가면서. 동네 마트가 아닌 넓고 환한 곳. 누군가의 SNS를 보며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는 것.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쓰고 싶어서 골몰하던 기억. 내가 가진 잠재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먹고사니즘에 빠지지 않으며 나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의 정서를 이룬다.

영어를 잘하고 그것을 활용해 일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자신의 삶에 불만족이 없을 것 같은데. (영어를 잘하고만 싶은 마음을 가진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일상을 살아가고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건 보통의 힘만이 아닌 보통보다는 더 많은 힘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나만이 아닌 누구나 그런 모습이어서 책을 읽으며 공감의 하트를 누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게 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야말로 욕심 없이 살아가기에 있어 꼭 필요한 일이다. 불행한 지금의 나를 좋아하고 '그럴 때까지 그런 척하다' 보면 이룰 수 있는 일을 그려보며 살아간다. 8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며 물성 없는 마음을 어루만진 기록을 읽으며 오늘의 나를 사랑하기로 한다. 몰랐던 영어 단어와 숙어를 알게 되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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