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솔직하고 다정하게 내 안의 고독과 만나는 방법
에바 블로다레크 지음, 이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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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어쩔 줄을 모르며 앉아 있었다. 나까지 포함해서 세 명이었다. 그중에 한 친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다른 친구와 대화를 했다. 마치 그 자리에 내가 없는 것처럼 굴었던 것이다. 그때 그 상황이 잊히질 않는다. 친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까. 내가 뭐라도 했었야 했을까. 이를테면 웃으며 살갑게 굴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에바 블로다레크의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를 읽으며 그때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구의 문제도 아니었다. 관계라는 것에 서툴렀을 뿐이다. 혼자, 고독, 외로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했다. 묘하게 섞이지 못하는 나를 위해 그 친구는 전화를 걸어와 만남을 청했다. 막상 만나니 어색했을 것이다. 마음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않은 미성숙한 나이였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의 첫 부분은 인상적이다. "솔직히 이야기해보자. 사실 나도 '행운'이나 '카리스마'처럼 누구나 좋아할 법한 주제로 책을 쓰고 싶었다. 어쩌면 이 책을 펼친 당신도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이나 연애에 관한 충고를 담은 책을 더 읽고 싶었을지 모른다." 저자는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의 마음을 걱정해준다. 직장에서의 성공과 연애에 관한 충고라니. 그런 너무 머나먼 세계의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으려는 나와 당신 우리는 가슴 한쪽으로 고이 접어 밀어 넣은 감정인 '외로움'을 꺼내 펼쳐 보아야 한다. 내가 가진 원초적인 혼자라는 불안감도 어쩌지 못하면서 성공과 연애를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에서 진단하는 외로움의 발생 원인은 보편적이어서 나를 원망하고 탓하지 않아도 된다. 생애 주기를 따라가면서 외로움은 누구나가 겪을 수 있다고 밝힌다.

"물리적 소속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신적 소속감이다. 우리 모두는 소속될 수 있는 단체나 집단을 필요로 한다. 무리에 속함으로써 여러 정신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또한 단체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를 외톨이라고 부르며 자신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사회적 결속감이 필요한데도 굳이 나를 무리 밖으로 밀어내어 혼자임을 강조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했지만 당신은 안다. 소속감이 필요한 상태임을.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는 외로움은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로움에 관한 책이지만 이 책은 관계 맺기와 사회적 자아를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다. 내면의 힘을 기르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대화에 서툰 사람을 위한 조언과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일상의 지침이 움츠러든 나 자신의 어깨를 주물러준다.

외로움으로 뭉뚱그렸던 감정은 복잡한 것이었다. 이별에 따른 상실, 좌절에 따라오는 실망, 표출할 수 없었던 분노를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는 이러한 감정의 실체를 따로 만나게 해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 안의 다른 나를 받아들이고 상처를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부정적인 나도 나이며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나도 나임을 인정한다. 대화에 끼지 못하고 누군가를 원망하며 지냈던 나였다. 이제는 안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부끄러운 자의식이 관계 맺기를 서툴게 했다. 혼자라는 고독감에 사로잡혀 문제를 바로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를 권한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해봄으로써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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