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슬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이슬아는 엄마 복희 씨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뜻을 묻는다. 복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뭔가 어려운데도 지지 않고 계속할 때 쓰는 말이야." 이 말은 이슬아의 산문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이루는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접속사를 쓰고 싶어 미칠 때가 많다. 우울하고 슬픈 내용을 다룬 책에 관한 글을 쓸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계속되는 미래지향적인 문장을 쓰고 싶을 때가 요즘엔 많다. 지치지 않도록 나에게 채찍과 격려를 가하는 접속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에 실린 글과 만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한 힘을 내서 살아가야지라고 말한다. 엄마만을 바라보며 엄마가 일을 하러 집에 없는 시기가 되어서야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된 슬아.

이런 말이 있다. 한 번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 (사과 기계들?)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기?!) 변형을 해보자면 이슬아의 책은 그렇다.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심신 단련』을 읽고 지난 한 주간은 이슬아를 읽는 데에 바쳤다. 이슬아 주간이었다. 이제 남은 책은 작년에 나온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와 그 유명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 있다. 두 권이 남아 있어서 괜찮다. 기대할 게 남아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딸 이슬아가 엄마 복희에게 바치는 애정 만담이다. 자신의 탄생 설화를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책은 엄마와 아빠의 만남, 이후에 살아지는 서사에 주목한다. 갑자기 존재감이 생긴 동생과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싸움. 신랄한 욕의 향연은 현실 남매의 극강 케미를 자랑한다. 연년생은 원래 잘 싸운다. 솔직하고 발랄한 이슬아의 서사는 고생담이 추가되면서 극사실주의로 변모한다.

대학에 들어가서 간절히 독립을 원하게 된다. 시급 4천 원으로 시작하는 카페 알바를 하다가 시간을 벌자고 한 일이 누드모델이다. 그 일을 하면서 월간 페이퍼의 막내 기자가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고 글을 쓴다. 한겨레에서 주최하는 손바닥 문학상에 글을 응모해서 상을 받는다. 상금을 받으면 어디에 쓸 건지 알차게 계획한다. 지인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복희 씨와는 여행을 떠난다.

엄마를 이토록 사랑하는 아이라니. 운동회날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엄마를 보며 슬아는 생각한다. "여기서 이럴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엄마들을 보며 그들이 가진 눈부신 재능과 고유함을 보며. "여기서 이럴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이럴 사람이 있고 저기서 그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자리에서 각자의 서사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엄마를 미워하지 않고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으로 가득 찬 책이다.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에서 보이는 연민, 동정, 나에 대한 혐오가 없어서 좋았다.

엄마 복희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다. 자식이 원하는 걸 좋아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

이슬아는 돈이 많이 벌어 엄마에게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어 했다. 각자의 돈벌이를 하면서 글을 썼다. 시간과 노력, 열심으로 대변되는 결과가 쌓여 복희 씨를 직원으로 출판사를 차리게 된다. 경리, 구제 옷 가게 사장, 보험 설계사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고스펙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이슬아의 노력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시기심에 굴복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엄마 복희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되지 말고 웃고 즐기고 기쁜 일에도 엄마 얼굴이 되어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