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존경 - 이슬아 인터뷰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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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은 용기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네 개의 용기가 모여 거대한 힘이 됨을 증명하는 책이기도 하다. 월화수목금 일간 연재를 이어온 이슬아는 그간의 이슬아가 지겨워져 색다른 이벤트를 계획한다. 일간 이슬아에서 벗어나 다른 날의 이슬아가 된다. 그 결과가 『깨끗한 존경』에 담겨 있다. 봄과 여름에 만난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고 되새기며 이슬아는 또 하나의 문을 열어젖힌다.

정혜윤의 말을 나도 받아 적었다. 그중에 인상적인 말. "누구나 용기를 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용기가 될 수 있어요."(21쪽) 라디오 피디이면서 다독가이고 책을 쓰는 정혜윤은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 유족을 만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생긴 변화다. 메모를 하지 않는 습관 때문에 많은 부분을 기억에 의존한다. 기억력이 좋고 신중하게 하는 말속에서 단단한 마음을 느꼈다.

누군가를 연민하거나 동정하는 것은 금물. '깨끗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뿐이라고 한다. 이타심도 아니다. 당신만은 나 같은 힘든 일을 겪지 말라는 말과 행동에서 정혜윤은 존경과 감탄을 한다. 이슬아는 『아무튼, 비건』을 읽고 채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책의 저자 김한민을 만나러 간다. 엄마 복희도 김한민의 강연을 듣고 어느 날부터 채식 주의자고 되었다.

페르난도 페소아 연구자이자 만화를 그리고 잡지의 편집장을 했던 김한민에게서는 솔직함이 느껴졌다. "외국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 남성 사회라서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남자에다가 키가 큰,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굴지 않아요. 그런 못된 인간들이 많죠. 체격이 작고 어린 사람들한테는 아무 질문이나 해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요. 얼마나 무례한지 몰라요."(76쪽)

채식을 시작한다고 말하는 이에게 가해져오는 시선과 언어폭력에 맞서는 방법이 『아무튼, 비건』에 있다고 한다. 언젠가 채식을 했었고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라는 말은 시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 책을 읽어보고 시도할 마음을 가져보아야겠다. 김한민의 말 중에서 '위대한 사람은 없어도 위대한 만남은 있'다는 말에 동의하며 이슬아가 왜 김한민을 만나고 싶어 했는지 알 것도 같다. 오랫동안 책을 읽고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용기를 가진 사람.

등단 절차를 밟지 않고 시를 쓰고 책을 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셔터를 내린 사람, 유진목. 원래는 목유진인데 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할 때 서양식으로 성과 이름을 바꿔서 냈다. 유진 목으로. 그 이후 사람들이 진목으로 불렀다. 어감이 좋아서 계속 유진목이 된 사람. 『깨끗한 존경』에 인용된 시들이 좋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부산 영도에 서점을 열었다. 너무 좋은 글을 읽었을 때는 "와 씨, 너무 좋다"라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가난의 이미지가 아닌 실제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딘가에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를 쓰고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고.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울 줄 안다. 인터뷰는 이슬아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유진목이 떠나고 이슬아는 이렇게 쓴다. "유진목 선생님이 내 집을 떠난 저녁에 나는 서재를 곧바로 치우지 않았다 선생님이 다녀간 흔적을 다음날 아침까지 두고 싶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책상 위에 남았다. 사랑과 용기도 남았다. 사랑과 용기에 대해 묻지도 않았는데 거기에 분명히 있었다. 자신의 쓸쓸한 곳을 그것들로 채운 사람이 다녀갔기 때문이다."

이슬아는 김원영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인데 나는 변호사로서 김원영보다도 작가로서의 김원영에 대해 자세히 탐구하고 싶었다. 그는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두 권의 아름다운 책을 낸 저자이고 배우이다." 『깨끗한 존경』을 읽지 않았더라면 김원영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서점사에 올라오는 책 광고 중 제목이 특이한 책이 있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었다. 그 책의 저자이기도 했다.

몸에 대해서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내 몸에 자신이 없다. 그토록 원하지만 춤을 제대로 못 추고 짧은 다리와 팔을 가지고 있어 어느 옷을 입어도 보호용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허술한 몸. 이런 생각도 배부른 소리라는 것쯤은 알기에 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연극을 하고 춤을 춘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누군가를 위해 변호한다.

『깨끗한 존경』을 읽으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사랑과 용기는 꼭 필요한 가치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싸구려 위로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는 시대. 약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세상. 이런 시간을 지나 사랑, 용기, 희망, 연대 좀 더 환하고 긍정적인 말로 슬픔을 껴 안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동정이 아닌 존경이라는 가치로 고통을 응시할 수 있는 내일에 『깨끗한 존경』이 함께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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