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윤의 알바일지 - 14년차 알바생의 웃픈 노동 에세이
윤이나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있는 거보다 없는 게 더 많은 인생. 적금 통장, 4대 보험, 집, 통장의 잔고, 고정 수입, 일자리…. 뜨이씨. 눈물이 앞을 가려서 더는 못 쓰겠다. 『미쓰윤의 알바일지』를 쓴 윤이나의 이야기이다. 한 달 수입이 0원이라고 국민연금 상담원에게 자신의 재정 상태를 밝힌다. 상담원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웬만하면 설득해서 보험을 들라고 할 텐데. 14년 동안 했던 각종 알바 경력이 총망라되어 있다. 알바 백과사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미쓰윤의 알바일지』는 대학교 입학을 시작으로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면서(입사 시험을 준비하는데 공부가 아닌 알바라니) 겪은 알바의 다채로운 세계를 다룬다. 과외, 초콜릿·빼빼로 판매원, 카페촌 서빙 알바, 방청객, 모니터 요원, 방송 작가, 닭공장, 독서 논술 지도, 영화제 취재, 소셜커머스 페이지 구성 작가…. 더 있는데 이쯤에서 줄인다. 알바 일지답게 알바명, 제일 중요한 급여, 알바 강도, 추천 대상이 친절하게 나와 있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기한 있는 쿠폰으로 여겨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떠나기도 한다. 그곳에서의 고생담이란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 정도이기는 하나 윤이나는 긍정과 활기를 잃지 않는다. '말이 프리랜서'로서 청탁이 들어오면 원고지 1매당 얼마인지부터 계산한다. 고정 수입이 없는 사람으로서 내일에 대한 불안함, 오지도 않을 미래 때문에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게 당장 오늘 내야 할 월세와 공과금, 통신비 때문에 알바와 알바를 해야 한다.

추석 상여금으로 포인트를 받고 일하던 곳이 망해서 돈을 받지 못해 법원에 가서 내용 증명을 하며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할 처절한 현실과 싸운다. 판매의 여왕답게 초콜릿과 빼빼로, 선글라스를 기록적으로 팔아 치우기도 한다. 호주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쏘리,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걱정 마였다. 가수 최진희한테 직접 하루 일당을 받기도 한다. 『미쓰윤의 알바일지』는 생생한 체험담이라서 감동과 웃음 그리고 눈물이 흘러넘친다. 알바를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이게 책이 될지도 모르면서 썼을 텐데. 대단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만난 일화. 세계적인 감독임에도 일일이 언론사와 만나 인터뷰를 하는 그에게 왜 이렇게 하냐고 물었다. 그는 당신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톰 크루즈에게 '한국의 전통 장난감 공기'를 전달하고 국민 MC의 가발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미쓰윤이 되어 쓴 알바일지는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숨만 쉬어도 돈이 들어 숨조차 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여 『미쓰윤의 알바일지』는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없는걸 없다고 말하는 솔직함.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말하며 위로를 찾기도 하겠지만 없는 건 없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가오도 갖기 힘든 세상.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며 라떼를 먹고 싶게 만드는 말을 들으며 지쳐 있을 당신에게 『미쓰윤의 알바일지』를 건넨다. 이 책에는 웃음이 있다. 이름대로라면 윤이 나게 살아가야 맞지만 현실은 윤이 나게 닦을 나만의 집이 없는 윤이나는 자신의 삶을 갈아 웃음을 준다.

'공모전 이벤트 참여' 알바를 해서 오만 원을 받아 월세를 내는 윤이나. KFC 닭공장에서 철야 작업을 하고도 KFC 치킨버거를 먹는 윤이나. 과외 알바를 잘리면서도 초등학생에게 큰 수의 뺄셈을 가르치는 윤이나. 미쓰윤은 그렇게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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