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솜에게 반하면 -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6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네 살. 이제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미숙하고 표현할 줄 몰라 본심과는 반대로 말하며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린 날의 그 이야기를. 허진희의 소설 『독고솜에게 반하면』은 그렇게 시작된다. 낯선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경계하느라 한없이 움츠렸던 기억이 찾아온다. 중학교라는 이상한 공간에 발을 디딘 아이들이 모이면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간단히 무너뜨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독고솜에게 반하면』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 번 읽으면 멈출 수 없는 전개를 가지고 있다. 윤성희의 추천대로 장점을 구구절절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일단 읽어보기를 바란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녀라고 불리는 독고솜. 독고솜과 엄마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릴 수 있다. 불행한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 명함을 내민다. 저주를 내리를 작업은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의뢰는 주로 이메일로 받는다.

의뢰는 자주 들어온다. 사람들은 누군가에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기보다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니까. 새 학기에 전학 온 독고솜에게 서율무는 호기심이 인다. 자칭 명탐정이라고 부르는 율무는 혼자 지내지만 결코 외로워하지 않는 독고솜에게 말을 건다. 자기소개란에 실린 솜이의 사진에 누군가 구멍을 내놓았고 교과서도 찢어진 걸 본 이후 말이다.

평범한 열네 살 중학생들의 이야기 같지만 『독고솜에게 반하면』은 마법, 마녀, 사건, 힘, 견제, 여왕 등 흥미 가득한 소재와 이야기로 우리를 그 시절, 유치했지만 진지한 사춘기로 끌고 간다.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는 것. 먼저 다가가 이름을 불러주는 것. 소설은 이런 사소한 삶의 규칙을 말한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자라버렸을까. 마음이 없이 미움만 간직한 채 자라버린 건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이다.

『독고솜에게 반하면』은 인물을 만들고 성격을 부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서율무, 독고솜, 단태희, 박선희, 은영미.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자란다. 어른이 하는 행동을 놀랠 정도로 그대로 습득한다. 단태희. 여왕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타인을 조종하는 힘으로 바꿔버리는 아이. 태희의 엄마도 그렇게 행동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이 같은 뻔한 주제를 말하지 않는다.

아이의 세계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소한 오해와 다툼으로 다른 색깔의 세계를 형성해 버릴 수 있다. 저 애는 이상해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이상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고 말하는 순간 이상해져 버린다. 함부로 규정하고 벽을 만들지 말자. 단 한 사람. 누군가 내게 다가와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열네 살의 시간은 막막하지 않다. 서율무와 독고솜이 활약하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나와 만난다. 용기를 내! 하고 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