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가지 당부 - 십 대부터 알아야 할 노동 인권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6
하종강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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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기가 겁난다. 끔찍한 사건, 사고 소식이 연일 날아온다. 아침에 본 뉴스 하나가 잊히질 않는다. 수능을 본 학생들이 대형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바쁜 연말 동안 쉬지도 못하고 일을 했다. 새해가 되자 가게를 폐업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정이 좋지 않으니 임금은 나중에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돈을 받기 위해 찾아가 보니 가게는 성업 중이었다. 임금을 달라고 하자 대뜸 화부터 냈다. 내가 그 돈 떼어먹지 않는다. 어련히 알아서 줄 텐데, 왜 난리냐. 적반하장이었다. 노동청에 신고를 했지만 밀린 임금은 언제 받을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왜 이럴까. 학생은 인터뷰 끝에 어른이 무섭다고 했다. 더 이상 어른을 믿을 수 없다고도 울먹였다. 어린 학생이라서 그랬다면 더더욱 나쁜 짓을 저지른 어른은 뻔뻔했다. 부모님이 찾아가도 화를 냈다. 우리 사회의 쓸쓸한 민낯을 본 기분이라서 어두운 아침이었다. 창비 교육에서 나온 『열 가지 당부』는 학생들이 알아야 할 노동의 정의, 노동권, 노동법,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각계각층의 노동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근로자와 노동자의 차이점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서 행해지는 노동 교육의 다양함을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노동, 인권 교육을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노동 과목이 있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모의 협상 상황을 주고 수업을 진행한다. 부러운 일이다. 생활은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을 빼놓고는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 왜 노동이라는 영역을 따로 떨어뜨려고 할까. 파업은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임에도 파업이 시행되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군다.

『열 가지 당부』에서는 노동이 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수칙도 알려준다. 근로계약서를 쓰고 주휴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것. 휴게 시간과 최저 시급은 법으로 정한 것이므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권리를 존중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노동권은 바탕화면 같은 것이어서 누구에게나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하고 생활하면서 반드시 지켜줘야 할 권리인 인권과 노동권은 성취로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노력하지 않아서 비정규직이 된 게 아니다. 그런 조건인지 알고 일을 하면서 왜 불평불만을 하냐. 이런 질문은 없어져야 한다.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돌리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 네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불평들을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면 세상은 점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할 것이다.

국영수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인권, 노동권 교육이 더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열 가지 당부』는 어른들이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쓰였다. 부당한 차별을 당하지 말라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라고 말한다. 공부를 잘해서 복지와 혜택이 좋은 직장을 가지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그건 잘못된 말이다. 누구라도 복지와 혜택이 좋은 곳에서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권이란 특정한 누군가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보편적인 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으려고 헛소리를 늘어놓는 사장들에게. 배달 음식이 늦었다고 음식값을 주지 않는 고객들에게. 『열 가지 당부』를 보낸다.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우리에게는 노력하라는 말보다는 노조가 필요함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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