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후부터 테이크아웃 8
황현진 지음, 신모래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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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선택할 수없이 선택 당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임시 울타리라고 생각하면 될까. 아니면 어떤 이의 말대로 누가 보지만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것으로. 굴레가 되지 않기 위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사랑과 증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황현진의 소설 『부산 이후부터』는 가족에게 드리운 가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가난은 한 사람을 규정지을 수 없다. 군대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며 어디가 살기 좋은지를 묻는 아버지 때문에 가족은 여러 곳을 이사 다녀야 했다. 아버지의 고향은 부산. 어머니의 고향은 포항.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포항에서 6개월을 살고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아버지는 더 큰 바다가 있는 제주도로 가기를 희망했지만 소설 속 태식은 탐탁지 않아 했다.

방 두 개짜리 집에 살면서 더 넓고 좋은 곳으로 가지는 못했다. 안경테를 바꾸지 못해 안경알만 바꿔 쓰던 태식은 결국 시력이 나빠져 버렸다. 렌즈만 바꾸면 초점을 바꾸기 어렵다는 안경사의 말을 무시했다. 그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계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했지만 태식은 기계를 만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로 올라와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월급 80만 원을 받아 방세 20만 원을 내고 생활하고 그러면 20만 원이 남았다. 신발 한 켤레로 일 년을 보냈다. 같이 사는 동창은 태식의 신발을 밖에 두었다. 6년을 일했고 다니던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부산에 남은 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결혼을 한다고 했다. 부산으로 내려가 동생의 축의금을 걷고 처음엔 10만 원을 넣었다가 5만 원을 보태서 15만 원을 봉투에 넣었다, 오빠 구태식이라고 써서.

가난은 한 사람을 규정지을 수 없는데 자꾸 규정지으려고 한다. 가난이 태도가 되게 한다. 『부산 이후부터』는 돌연한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모인 남은 가족의 하루를 그린다. 장례는 간단하게 치렀다. 빈소도 차리지 않았다. 2만 원을 주고 유골함을 사서 아버지의 뼛가루를 담아 산에 가서 뿌린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빚이 있다고 서울로 올라가면 상속 포기를 하라고 한다. 자신은 이미 이혼을 해두었으니 걱정 없다며.

더 이상 가난해질 수 없을 때까지 가난해지고 아버지는 죽는다. 남겨줄 것이라곤 빚뿐이다. 상속 포기를 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서울로 올라가려는 태식에게 걸려온 동생의 전화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족쇄로 작용할 것을 암시한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오고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아들과 오빠로서의 역할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었다. 우선 내가 살고 볼 일이었다. 울어, 울어. 마지막 말은 동생 태선이 오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었으리라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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