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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집 앞에는 편의점이 두 군데나 있다.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각각 버스 정류장 앞에 하나씩 있는데 입지 선정이 탁월하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참이나 남은 시간 때문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편의점으로 발을 디디고 만다. 그걸 노린 듯 편의점은 오늘도 호황 중이다. 저러다 하나는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 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워도 길을 건너려고 하지 않는다. 귀찮다. 그러는 게. 차가 오지 않을까 두리번거리고 길을 건너는 그런 일이. 다행이다. 그런 귀차니즘으로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다니.
고등학교 때 용돈을 줄 사람이 없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헌책만 사는 게 싫고 도서관은 너무 멀었다. 산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맞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6개월 정도. 그때는 시간당 임금이 1700원이었다. 학교 끝나고 꼬박 여섯 시간을 해야 3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 한 일은 물건의 위치를 알아야 해서 매대에 있는 물건을 닦았다. 핸드폰 충전하는 법도 배우고 여름에는 팥빙수도 만들었다. 조안나 아이스크림이여. 왜 그리 그대는 그렇게 딱딱해서 나의 팔을 아프게 했던가.
봉달호의 『매일 갑니다, 편의점』을 읽으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렸다. 이 책은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의 입장에서 쓰였다. 편의점의 양대 산맥이라고 하는 두 군데 중 하나인 그곳에서 일요일 빼고 일한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사무실이 입점해 있는 매점 형태의 편의점이라서 문을 닫을 수 있고 휴일에는 쉴 수도 있다. 원래는 토요일도 쉴 수 있는데 자신의 편의점을 잊지 말아 달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토요일 알바생을 구해서 문을 연다. 회사가 쉬면 매출이 떨어지지만 이틀을 쉬어 버리면 손님들은 다른 곳으로 가는데 그게 싫어서란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냉장고에 음료를 채우면서 카운터에 서서 물건을 진열하면서 폐기된 도시락을 먹으면서 글을 썼단다. 상자, 영수증, 공책 등 쓸 수 있는 종이가 있다면 닥치는 대로. 한창 글발이 올라올 때 손님이 오면 약간의 실망도 있었다고 밝힌다.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편의점의 매출이 오르는지 행사 제품의 기준이 무엇이고 본사와 가맹점의 지분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점주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준다. 글을 써본 사람답게 문장은 매끄럽고 재치가 넘친다.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글은 더욱 실감 난다. 『매일 갑니다, 편의점』을 읽고 나면 편의점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수칙이 생길 것이다. 하루 일이 끝나고 당 충전을 하기 위해 혹은 그냥, 편의점이 거기 있으니까 뭐에 홀린 듯이 편의점 문을 연다. 행사 제품을 둘러보고 그 편의점만 파는 디저트를 훑어본다. 그러곤 혼잣말로 한다. 혼잣말인데 다 들리는 게 문제지만. 비싸다. 이제 이 말은 하지 말아야지. 각 제품의 마진 비율을 본사와 맺는 수익 비율 구조를 알고 나니 비싸다는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깨닫는다.
편의점에서 겪는 다양한 일상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비 오는 날과 여름을 사랑하는 봉달호 아저씨. 집에서까지 편의점에서 하는 것처럼 물건을 정리하는 편의점 인간이 된 아저씨. 돈이 되지 않지만 서비스 항목을 늘려가면서 자신만의 신념대로 편의점을 꾸려간다. 개인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차이를 소상히 들려주고 무턱대고 '편의점이나'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어두운 귀갓길을 밝혀주는 편의점. 그곳에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어쩌다 실수를 저지르면 침울해하는 그러다 다시 힘을 내는 봉달호들이 있다. 삶은 사는 것 자체가 정답이 될 수 있음을 편의점에서 깨달은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