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끔찍한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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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 『어느 끔찍한 남자』는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다. 긴박하게 흘러가는 사건도 없는데 말이다. 소설의 시작이란 이렇다. 고민과 사연 많은 한 남자가 카빈용 총검을 정성스레 닦는다. 곧 무언가 결심한 듯 총을 챙겨 차를 타고 나간다. 장면은 바뀐다. 한 남자가 병원에 누워 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진통제도 들지 않는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병실로 들어온다. 나가기 전과 다른 기운을 느낀다. 창문이 닫혀 있고 커튼 뒤에 누군가 있다.

병실에 누워 있던 남자는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너무나 처참해서 연락을 받고 온 경찰마저 구토를 한다. 경찰 생활을 오래 하고 사건 현장에 익숙한 콜베리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딸과 오랜만에 만나 늦은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잠이 드려는 마르틴 베크에게 전화를 건다. 베크는 아무 동요도 없이 사건 현장으로 온다. 살해된 남자는 경찰 내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고 악명이 높은 뉘만 경감이었다. 경찰이 살해됐다!

제목인 『어느 끔찍한 남자』는 이중의 의미를 띤다. 끔찍하게 살해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실은 이 남자가 살아생전 못된 일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했던 것이다. 그를 아는 누구라도 그가 끔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베크는 여전히 느리게 감을 잡는다. 수사에 감은 필요 없음에도 그는 이 사건에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죽은 남자의 과거를 캐고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를 탐문한다. 1970년대 스웨덴의 살풍경한 모습이 신랄하게 소설에 담겨 있다.

복지 국가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불러온다. 도시를 정비하겠다는 이유로 집을 밀어 버리고 집세는 갈수록 비싸진다. 여기에 경찰의 일처리란 얼마나 어수룩하고 제멋대로인지. 『어느 끔찍한 남자』는 경찰 살해라는 소재로 경찰 조직이 가지고 있는 야만성을 이야기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소설은 뉘만 경감이 살아 있을 때 주변 동료들과 시민들에게 했던 행동을 보여준다. 베크는 뉘만에게 복수라는 감정을 품고 있을만한 인물을 찾아낸다. 너무 쉽게 찾아내서 싱겁게도 느껴지지만 『어느 끔찍한 남자』는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소설이다.

쉽게 피곤함을 느끼고 염세적이며 인간적이기까지 한 마르틴 베크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의 정에 기대려 한다. 혼자 범인을 잡겠다고 사건 현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소설로써 확인해보시라. 구질구질하게 사건의 이후를 설명하지 않고 칼같이 끝나는 결말은 통쾌하다. 시리즈는 열 권이다. 앞으로 세 권 남았다. 답답하고 느리게 전개되는 수사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마르틴의 뛰어난 감각과 인간적인 면모에 반할수 밖에 없다. 인물이 소설에 얼마나 중요하게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시리즈이다.

마르틴 베크 말고도 살인 수사과 안에는 놀랍고도 독특한 성격의 인물이 존재한다. 경찰이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친하고 동료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지는 않다.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고 배려하지도 않으면서 전개되는 수사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끔찍한 남자』만 놓고 보자면 마르틴 베크의 무모한 용기가 가장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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