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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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달라 하는 자의식이 발동하던 시기였다. 반 애들이 에쵸티와 젝키에 열광할 때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잡지를 사서 서로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을 오리고 있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곤 했다. 문희준 머리를 따라 한다고 곱슬머리를 펴서 오는 아이가 있었고(미용실에서 이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콘서트에 갈 거라고 문제집 살 돈을 야금야금 모으던 아이가 있었다. 왜 저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음악은 들었다. 그 애들처럼 열광적으로 좋아한 건 아니지만 테이프 사는 게 낙이어서 신보가 나오면 신나라 레코드에 갔다. (신나라 레코드. 아직도 기억난다. 그곳. 점점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그 시절 핫플레이스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조우리는 'SM처돌이'였다고 밝힌다. 처음 쓴 소설이 팬픽이었고 첫 책은 아이돌이 주인공이다. '제로캐럿'이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과 제로캐럿을 좋아하는 파인캐럿이 쓴 팬픽이 『라스트 러브』의 서사를 담당한다. 팬픽은 알록달록한 색깔 종이 위에 쓰인다. 아이돌의 노래 가사가 실려 있으며 아이유의 노래 팔레트를 제외하곤 가사를 봐도 음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늙었다. 음악 방송을 본 지 오래됐으며 가게 앞을 지날 때 흘러나오는 노래를 제외하고는 아이돌의 어떠한 음악도 듣고 있지 않고 있다. (다이소 앞을 매일 지나가는데 그곳의 음악은 항상 아이돌의 노래다.)

『라스트 러브』는 제로 캐럿의 멤버들이 아이돌로 살아가는 자의식보다는 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우연히 찍어 올린 동영상으로 가수 데뷔를 한 다인과 열심히보다는 잘하고 싶어 하는 준희, 탈퇴한 멤버 대신 들어가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마린,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탈퇴한 지유와 재키. 그들은 무대에서 빛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다. 제로캐럿의 팬인 파인캐럿이 쓰는 팬픽에서 그들은 무대 위가 아닌 일상으로 내려온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평범한 일반인이 된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되었지만 아이돌이 되어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멤버 간의 견제, 악플과 사생팬까지.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으며 행동 하나하나가 포착되어 인성 논란까지 겪는다. 조우리는 지난 시절 순수하게 사랑하고 열광했던 존재들과 그런 자신을 위한 글을 쓴다. 부끄러워하지 않은 마음으로 말이다. 『라스트 러브』에서 발견한 마음은 사랑이었다.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일. 열광이라는 말 대신에 쓸 수 있는 말을 찾기 위해 쓰인 소설, 『라스트 러브』.

발문을 쓴 천희란의 말처럼 '환영이 환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을 때' 현실에 남아있어야 할 감정은 사랑이 된다. 쓰지 말아야 할 소재는 없다. 무엇이든 소설이 될 수 있는 지점에 『라스트 러브』는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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