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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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기를 잘 했다. 이다혜가 쓴 글쓰기 책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말이다. 작가들이 쓴 글쓰기 책 읽기를 좋아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진지한 글쓰기와 세계에 관한 철학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언젠가는 대한 걸 쓸 수 있겠다는 착각은 덤으로 얻게 된다. <씨네 21>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이다혜는 주간지의 특성상 글을 쉽고 간결하게 잘 쓴다.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중학생도 이해할 수준으로 쓰는 것이 비법이라고 밝힌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으며 어찌 됐든 오늘도 책상에 앉기를 독려한다. 태어날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글을 훌륭하게 써 내는 사람은 없다. 습관이 만들어 낸다.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책을 꺼내서 펼치고 한 줄이라고 써 내는 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글쓰기는 돈이 들지 않는 활동이다. 연필과 당신. 혹은 컴퓨터와 당신만 있으면 된다. 컴퓨터라고 해서 비싼 거 말고 한글 프로그램이 깔린 구식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이다혜의 글을 쉽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복문을 쓰지 않고 글이 길어질 것 같을 때 칼같이 끝낸다는 과감성에 있었다. 실제 이다혜의 책을 읽어보면 한 챕터가 그리 길지 않다. 반복이 없고 교훈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쓰기까지의 비결이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 나와 있다. 글의 도입부가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한두 문단은 쳐 내는 게 좋다고 밝힌다. 쉽게 쓰는 글의 종류인 '리뷰' 쓰기에 관한 내용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는 문장을 대충 쓰고 길게 쓰는 편이다. 「'것' 지우기」, 「'-하고 있는' 줄이기」 편을 읽으며 반성했다.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인 '것'에서 탈출해야겠다. 퇴고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며 내 글의 1차 편집자로서 문장을 다듬고 연마해야 함을 깨닫는다. 당장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좋은 글을 써내지는 않겠지만 내가 쓰는 글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써야 하는지도.

빈 문서와 나와의 싸움. 깜빡이는 커서는 빨리 글을 쓰라고 재촉한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되먹지도 못한 문장이라도 쓰면서 왜 내가 글을 써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글쓰기의 실패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글쓰기의 실패는 없다. 문장은 좋아지고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글로 쓰면서 시끄러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희망도 성공도 보이지 않겠지만 그런 건 쉽게 우리의 인생에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쓰면서 뭐라도 쓰면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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