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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말할 진실 ㅣ 창비청소년문학 93
정은숙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차라리 모르고 넘어갔으면 하고 바라는 일이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을 감고만 싶을 때가. 내가 굳이 그 일에 끼어들어야 하나. 안일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 혼자만 잘 살면 되는 게 아닌가. 복잡하고 피곤한 일에는 엮이고 싶지 않아 눈치 없는 척 굴었던 시간이 있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변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세상은 좋아진다고 믿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은숙의 소설집 『내일 말할 진실』에는 살기 팍팍한 현실을 헤쳐 나가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어른이 읽어야만 할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일곱 편의 소설 속 주인공은 우리가 보듬어야 할 아이들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고 믿는 어른에게 일침을 가하는 「내일 말할 진실」을 시작으로 교통사고로 형을 잃고 방황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빛나는 흔적」에서 그럼에도 삶의 희망 정도는 남겨 두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내일 말할 진실』에서 다루는 사건은 다양하다. 군대 가기를 거부해서 교도소에 가 있는 오빠에게 편지를 쓰면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걱정하고 전투기 사고로 아빠를 잃고 무너져 가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아이가 있다. 이삿짐을 나르다 다친 아빠를 대신해서 일을 하는 아이의 일상. 연애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누나를 걱정하는 마음 따뜻한 아이. 남에게 알려진 것과 다른 행동을 한 누군가를 보고서 자신만은 지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진실. 『내일 말할 진실』을 관통하는 주제는 진실이다. 애써 눈 감고 외면했던 이유는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 일이 아니어서 나에게 피해가 올까 봐. 진실 앞에 숨죽이는 모습을 어른들은 보여왔다. 정의가 실현되고 평등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사회를 물려주어야 한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된다. 넌 어리니까라는 말로 눈을 가리고 거짓을 먼저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소설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비슷한 처지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으며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느꼈으면 한다.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과 만날 때 슬픔의 농도가 옅어지는 기적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랬다. 소설을 읽으며 세계의 밝은 면을 알게 되었다. 『내일 말할 진실』의 아이들의 고민의 크기는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더 좋은 세상을 살게 해주지 못한 나약한 어른이 되어서 미안하다. 용기를 가지고 오늘은 말하지 못했지만 내일은 꼭 말할 진실 앞으로 걸어가는 너희들의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