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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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에 해당하는데 일단 여기까지 읽었을 때 그렇다는 소리이다. 이후에 7, 8, 9, 10권이 남아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여섯 번째 이야기는 내가 읽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최고의 소설로 꼽겠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건은 단순하다. 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을 잡으려는 수사가 느리게 진행된다. 마르틴 베크의 시리즈 특징 중에 하나는 이야기의 진행이 느리다는 것이다.

느리고 답답해서 도대체 언제 사건이 해결되는 거야라고 물어볼 때쯤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이다. 느리지만 복잡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단서를 하나씩 제공하는 식이다. 그것에서 재미를 찾게 되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고의 경찰 소설이자 추리 소설이 되는 셈이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한 번 손에 잡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1970년대의 스웨덴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복지 국가라는 이면 뒤에 숨겨진 어두운 스웨덴의 현실로 말이다. 물가는 높아지고 자본주의 사업가들 몇에 의해 돈이 움직이는 암울한 시절. 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각종 잔혹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좌우 대립의 이념 갈등이 심화된 곳. 초저녁 한 호텔 식당에서 부유한 사업가 빅토르 팔름그렌이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진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

총에 맞은 팔름그렌은 바로 죽지 않았다. 말뫼의 경찰들은 목격자들 증언을 듣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식당 직원, 팔름그렌 주변에 있던 사람들, 손님들 다수의 목격자를 확보했지만 누구도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눈에 띄는 특징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이 배를 탔다는 첩보를 받아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우둔한 순경 둘이 포타티스모스를 대낮에 즐기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제목이 다 했다. 소설의 전반부를 읽으면 제목의 뜻을 알 수 있다. 읽고 있으면 마이 셰발, 페르 발뢰가 경찰을 향한 풍자를 세련되고 노련하게 했음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팔름그렌이 국가 경제의 그것도 지하 경제에서 특출나게 활동했음을 상관에게 보고받은 마르틴 베크가 빠르게 범인 검거를 하기 위해 말뫼로 간다. 그곳에서도 수사는 진척이 없다. 베크는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하지만 그의 노련한 지휘 아래 범인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단 한 발로 팔름그렌을 죽인 자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소설은 씁쓸한 결말로 향해 간다. 자본이라는 거대한 힘에 짓눌린 한 개인의 슬픈 얼굴을 드러내면서 정의의 정의를 묻는다. 사건의 진상을 따라가는 유희를 선사하면서 묵직한 한 방으로 주제를 압축 시킨다. 베크와 그의 동료들이 하는 수사를 따라가다보면 경찰이라는 조직의 이중성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 또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소설을 통해 표현하려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긴박하고 스릴 넘치고 긴장이 가득한 구성과 표현 없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시리즈 중 유머와 풍자가 제일인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앞의 다섯 권을 읽지 않아도 이 소설로 먼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시작해도 좋다. 그렇게 되면 열렬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신봉자가 되어 시리즈 전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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