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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ㅣ 작가특보
곽재식 지음 / 북스피어 / 2019년 10월
평점 :





어떻게든 살아간다. 지치지 않고 버티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 있구나라는 마음을 기억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화를 내지 말고 기분이 가라 않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 하나쯤은 가슴속에 고이 품고 산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살아가야 한다. 요즘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는 것의 의미이다. 아프지 않아서 내 몸 하나 누일 방 한 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것.
주문처럼 삶의 이유를 나열해 본다. 걱정은 사소한 것으로 넘기고 불안은 마치 느껴본 적 없는 것처럼 무시한다. 혼자만의 시간 갖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책을 읽으면 할 수 있다. 친구가 없어도 쓸쓸하지 않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로 아침을 맞이하고 일 끝나고 빨리 가서 읽다만 책을 읽어야지로 심야의 허전함을 달랜다. 당신의 삶이 의미 없음으로 느껴질 때 곽재식의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곽재식은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작가이다. 곧바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진입한다. 결말은 다소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은 곽재식이 오랫동안 소설을 쓰면서 생각하고 겪었던 작가 생활의 내밀한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곽재식은 소위 말하는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설을 쓰는 작가다.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취미로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인터넷 웹진 <거울>을 발견하고 그곳에 꾸준히 소설을 올렸다. 얼마 되지 않는 댓글이 달렸다. 꾸준함에 반해 필진으로 합류했고 지금까지 소설을 쓰고 있다. 그가 쓴 소설 중 한 편인 「토끼의 아리아」가 드라마 극본으로 쓰이면서 아주 조금 이름을 알렸다.
책에는 그가 작가로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솔직하게 실려 있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이 돈을 모아 단편집을 만들어 주었던 사연부터 단편 소설 한 편당 얼마씩 받는지까지 어디서도 알 수 없는 출판계의 사정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그의 표현대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자신이 꾸준히 소설을 쓰고 책을 낸 비결도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인생을 바꿀만한 대역전극이란 오늘 밤부터 글을 써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돈 안 드는 취미 생활로서 완벽하다. 돈이 없어서 책을 사보지 못한다면 도서관에 가면 되고 종이와 펜은 어디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망하는 건 나의 정신 상태뿐이다. 글을 너무 못 쓰고 못 쓴 글이라도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의 정신을 망하게 하지만 쓰다 보면 글은 는다. 진짜. 나의 기준에서 곽재식은 이미 유명 작가인데 그는 한사코 자신이 별 볼일 없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등단을 하지 않아도 상을 받지 않아도 그는 꾸준함으로 '곽재식 속도'를 유지하며 소설을 쓰고 괴물을 연구하고 기이한 사건을 수집한다.
체제 밖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속도를 가지며 글을 쓰는 곽재식을 응원한다.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을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적이고도 인간적인 곽재식. 그가 쓰는 소설은 더 인간적이다. 행복한 결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소설가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판타스틱 한가. 살기 싫어서 사는 것에 굳이 의미와 이유를 부여하며 지내고 있었다, 사실은. 책이 있어서.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곽재식이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은.
'1곽재식 속도'로 글을 쓰는 삶이란 근사한 것이다. 작가를 꿈꾸는 이라면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을 읽으며 무한한 긍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대작을 쓰려고 하지 말 것. 작가가 되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 것. 소설만 써서는 먹고 살 수 없으니 어떻게 돈을 벌지도 생각해야 할 것.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침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도 나도 작가가 되어 글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안 된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다. 작가가 아니어도 자신만의 글을 쓰는 보기 드문 취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너는 어떤 취미가 있니 물어 오면 응, 나는 글을 쓰는 게 취미야. 뜨악하게 쳐다보곤 돌아선다. 다시 혼자가 된다. 그래도 계속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