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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윤이형의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에는 총 열한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나는 전반부의 이야기가 훨씬 좋았다. 앞쪽에 실린 다섯 개의 소설을 읽으며 나의 작은 마음과 편협함과 무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소설의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보다 좋았던 부분과 오래 눈길이 머물렀던 문장을 옮기다 보면 새벽의 시간은 별 탈 없이 흘러갈 것 같다.
소설을 읽기에 세계는 늘 논쟁 중이고 뜨겁고 첨예하다. 소설이 아닌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싸워야 하고 싸워서 지켜야 하며 지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도 이 작은 책 안에는 우리가 놓쳐 버리고 지나가 버리면 안 되는 '마음'이 있다. 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은 엄마들이 온라인에서 만든 모임을 그린 「작은마음동호회」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마음이 작다.' 마음의 크기와 넓이를 가늠할 수 있을까.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함부로 꺼내 보이기 힘든 마음.
마음을 내 보이면 쉽게 상처받을까 봐 꼭꼭 숨기곤 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뭉클했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쓰는 나 자신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승혜와 미오」는 여성 커플의 불안한 현재에 관한 소설이다. 소수자와 다수자로 나눌 수밖에 없는 이분법의 서글픔을 그렸다. 「마흔셋」의 이야기 역시 소수자로 불리는 인물의 풍경을 보여준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가 되려는 동생의 몸을 보며 죽은 엄마에게 이별을 고한다.
「피클」은 작고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마음에 대한 소설이다. 사내 성폭력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 일이 타자가 아닌 나라는 주체를 주변으로 일어날 때 취해야 할 태도를 집요하게 묻는다. 「이웃의 선한 사람」에서는 선의로서 세계를 대할 수 있을까를 질문한다. 전반부의 이야기에서 윤이형은 한국 사회가 가지는 편견과 혐오, 소수를 향한 분노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이곳과는 다른 세계에서 펼쳐진다.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각각의 소설은 우리가 사는 논쟁과 경쟁으로 가득한 여기를 그린다. 작은 마음들이 모인 소설을 읽으며 큰마음에 대해 상상한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지 않도록 잘못을 덮고 용서를 말할 수 있는 마음이면 좋겠다. 『작은마음동호회』는 상처받은 마음이 있다면 숨기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다. 울고 싶은 땐 울고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낼 수 있는 우리를 만들어 가자고 하는 것이다.
오늘 나의 마음은 어땠나를 물어오는 소설이 있어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다. 부서진 마음을 모아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일. 『작은마음동호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