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선물할게 창비청소년문학 91
김이설 외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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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별일 아닌 일에도 웃고 별일이어서 웃고 별일일까 의심하면서 웃는다. 못생겼으니 웃기라도 하자. 설마 웃는 얼굴에 침 뱉을까. 침을 뱉으면 어때. 그래도 웃어버리지 하며 웃는다. 사회에 나와보니 의외로 사람들은 많이 웃지 않았다. 무표정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원래 안 웃는 건가. 사회에 나오니 웃지 않게 된 건가.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좀 웃지. 아닌가. 웃으면 복이 오는 게 아니라 복이 와서 웃는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까지 내가 버티며 살아온 이유 중에 하나는 끊임없이 웃었기 때문이다.

웃음을 주제로 열 편의 소설이 담겨 있는 『웃음을 선물할게』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한다. 박상영의 「망나뇽의 눈물」에는 나와 비슷한 아이가 나온다. 포켓몬 빵을 먹으며 스티커를 모으고 자신 없는 외모를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아이. 망나뇽 스티커만 일찍 나왔어도 살이 찌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단 한 명의 친구를 찾고 싶어 했던 아이. 『웃음을 선물할게』에는 웃고 싶은 아이, 웃을 수 없는 아이, 웃고 싶지만 웃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나온다.

소설가들은 자신만의 웃음 철학을 소설 안에 풀어 놓는다.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춤을 추며 그 아이가 웃어 주기를 바라고(「저스트 댄스」) 부모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이 순간을 끝까지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배꼽」). 보건실에서 만나 친구가 된 순간의 기억과(「보건실의 화성인」) 성적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간다(「마음을 함께해 준다면」).

누구나 목덜미에 야옹야옹 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씩은 둘러메고 있지 않나고 말하며(「여름의 고양이」) 젊은 사자의 일탈을 사랑스럽게 보아준다(「정글이 빙글빙글」). 자퇴하기 직전 숙려 기간에 웃기는 의자를 만들며 높은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웃기는 의자들」). '피해자 다움'을 요구하는 폭력에 맞서 연대하며 살아가고(「웃어도 괜찮아」) 선생님과 우리는 다르지 않으며 다들 웃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끝」).

열 편의 이야기 안에는 각기 다른 열 개의 웃음이 있다. 청소년 소설로 그 안에는 아이들을 대하는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이 듬뿍 담겨 있다. 공부 잘하는 방법이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이 아닌 웃음을 주겠다는 세상의 어른들의 따뜻함이 『웃음을 선물할게』 안에 있다. 알고 보면 기막힌 사실 하나. 아이들이 더 웃지 않는다. 피곤과 스트레스에 찌든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웃음 치료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 웃음 치료사 열 명이 모여 만든 책이 있다. 할머니가 하는 슈퍼에서 라면을 먹고 광화문 천막 농성에 가져갈 케이크를 사는 아이들을 위한. 나는 다행히 책을 읽으며 자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세상을 긍정할 용기를 얻었다. 욕을 해도 인상을 써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남들 눈에 바보 같고 만만하게 보여도 웃었다. 그 힘을 책에서 받았다. 『웃음을 선물할게』를 읽어도 웃음이 안 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읽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얘들아 웃자. 그리고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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