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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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호로비츠의 『맥파이 살인 사건』은 대단한 소설이다. 올해 읽은(아직 올해가 가진 않았지만) 추리 소설 중 최고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전자책으로 읽어 종이책의 압도적인 무게를 느끼지 않았다. 내가 가진 리더기 그랑데로 보니 전체 페이지 수는 738쪽이다.(폰트와 글씨 크기, 상하좌우 여백 비율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놀랐는가. 놀라지 마시라 『맥파이 살인 사건』은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와 추리 게임을 하느라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게 만든다. 방대한 페이지수는 잊어 버리는 것이다. 대체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온 작가란 말인가, 앤서니 호로비츠는.

그는 영국 태생으로 아서 코넌 도일 재단에서 처음 출간하는 공식 셜록 홈즈 작가로 지정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고전 추리 소설의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보유한 나라 아닌가. 『맥파이 살인 사건』은 영국의 고전 추리 소설 문법을 그대로 따라간다. 액자 소설 방식으로 외화와 내화의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간다. 문장은 탄탄하고 비유는 최고급만 쓴다. 사건의 진상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범인을 찾는 구성 방식은 치밀하다.

클로버리프 북스 출판사의 편집자인 수전은 주말을 앨런 콘웨이가 쓴 원고 『맥파이 살인 사건』을 읽는다. 장면이 바뀌면서 『맥파이 살인 사건』의 무대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색스비온에이번의 한 공동묘지로 말이다. 얼마 전 매그너스 파이경의 가정부로 일하는 메리가 죽었다. 그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 메리는 같은 집에서 일하는 브렌트에 의해 발견되었다. 청소를 하다 전선에 발이 걸려 계단을 구른 것이다. 사고사로 처리되지만 그녀의 아들 로버트가 의심을 받는다.

로버트의 약혼녀 조이는 아티쿠스 퓐트라는 영국 최고의 탐정을 찾아가 약혼자가 받는 의심을 벗겨줄 것을 부탁한다. 퓐트는 뇌종양에 걸렸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얼마 후 같은 마을에서 이번에는 메리의 고용주 매그너스가 목이 잘려 죽는다. 퓐트는 탐정의 직감으로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수사에 착수한다. 그는 마을로 가서 메리와 매그너스 주변을 탐문한다.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범인을 알아낸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려는 순간 소설이 갑자기 끝나버렸다.

결말이 사라진 것이다. 『맥파이 살인 사건』의 바깥에서 소설을 읽던 수전은 황당해하며 월요일 아침이 되기를 기다린다. 경악스러운 소식을 듣게 된다. 『맥파이 살인 사건』을 쓴 작가 앨런 콘웨이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수전은 다년간의 추리 소설 편집자의 감으로 앨런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소설은 두 가지 사건을 뭉쳐 놨다. 먼저 앨런이 쓴 『맥파이 살인 사건』 속 메리와 매그너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맥파이 살인 사건』을 빠져나오면 만나는 앨런의 자살 이야기.

현실과 소설이 만나면서 독자를 점점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몰아간다. 소설 속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범인과 현실 속 앨런의 죽음의 배후를 알아내야 한다. 나는 추리에 실패했다. 곳곳에 작가가 숨겨 놓은 단서를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눈 밝은 독자라면 두 개의 이야기 안에 숨겨진 조각을 맞추어 가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과연 그럴까?) 소설 『맥파이 살인 사건』은 새롭고 놀랍다는 수식어를 쓸 수밖에 없다. 마치 독자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전개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탐정 소설을 쓰는 작가가 남긴 마지막 소설. 결말이 사라졌고 작가는 자살을 했다. 그가 쓴 소설과 비슷하게 작가 주변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힘을 모으시라.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고전적인 수법과 현대적인 기법으로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써냈다. 그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며. 『맥파이 살인 사건』을 읽지 않은 당신은 좋겠다. 곧 재미있는 시간이 펼쳐질 테니까. 『맥파이 살인 사건』을 읽은 당신도 좋겠다. 방금 막 재미있는 시간을 경험했으니까. 『맥파이 살인 사건』은 우리에게 추리 소설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안겨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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