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영희 씨 창비청소년문학 70
정소연 지음 / 창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일어나지 못할 일이 없다. 다시 말해보면 지구에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난다. 그러므로 우주에서는 더더욱.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구인들이여 깨어나라. 정소연의 소설집 『옆집의 영희 씨』는 오래전에 사두었다. 애정 하는 정세랑 작가가 추천하는 걸 보고 바로 읽어버렸다. 편 편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가득하다더니. 그렇다. 여기에 실린 열다섯 편의 이야기는 지구와 우주를 사랑하는 자의 고백이 담뿍 담겨 있다.

SF 소설은 지구인이 우주인에게 몰래 보내는 비밀 신호 같다. 아무도 몰래 밤에 혼자서 산 같은 곳에 올라가서 할 수 없으니까 그러면 너무 무서우니까. 책상에 앉아서 단어를 끌어모아서 문장을 만들고 글을 짓는다. 그러면 우주인들이 읽으면서 낄낄댄다.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너무 비슷한 이야기라서. 가끔씩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본다면 그런 우주인들이 배를 잡고 웃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상상은 우주까지 쏘아진다. 머나먼 시간을 거쳐서 가 닿은 소설은 미래가 된다.

모든 소설이 좋았다. 짧으면서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쉬운데 그 안에 담긴 주제는 묵직하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죽음이 정해진 지구에서의 삶을 감당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이가 보내오는 연애 시처럼 읽힌다. 「옆집의 영희 씨」, 「처음이 아니기를, 「비스거렁이」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우리 옆집에 지구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우주인이 있다 면으로 상상하는 소설 「옆집의 영희 씨」.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친구를 끝내 살리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이야기 「처음이 아니기를」. (마지막 장면이 슬프다.) 잘못 들어온 이 세계에서 존재를 삭제 당할 위기에 처한 아이를 발견하는 「비거스렁이」.

지구와 달이 전쟁을 벌이고 식량 행성을 만들어 내고 아이들은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미래의 어느 시간을 그린 『옆집의 영희 씨』. 각각의 이야기가 모여 우리를 아득한 우주의 시간으로 데리고 간다. 지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을을 보고 싶어 기상을 조작하고 우주에서 떠도는 비행선을 모른척할 수 없어 시험을 포기하고 사람들을 구해낸다. 이상한 이야기 같기도 현실적인 이야기 같기도.

담백하고 잔잔하게 풀어내는 미래의 먼 세계를 그린 『옆집의 영희 씨』를 읽고 나면 불어오는 바람, 우는 매미, 나무 냄새가 더욱 소중해진다. 다른 세계로의 시간 이동을 하며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현재는 고정된 것이 아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면. 기묘한 상상으로 꾸려진 이야기 바구니 『옆집의 영희 씨』를 건넨다. 우리는 지구에서 무사히 오늘을 보내고 있으니 그대들이여 자주 연락을 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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