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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 빚 지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
천주희 지음 / 사이행성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은유의 『다가오는 말들』을 읽으며 알게 된 책이다. 간략하게 소개된 글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대학생이 되는 순간 채무자가 되는 고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천주희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부모님께 지원금 천만 원을 받는다. 그것으로 입학금과 등록금, 교재비를 내고 나니 순식간에 700만 원이 사라졌다. 남은 300만 원으로는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그래도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저자의 경험과 사례자들의 일화를 모아서 들려준다. 허구가 아닌 생생한 체험은 글의 몰입도를 높인다. 대학은 선택인가 필수인가를 묻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으로 가는 것이라 결론 내린다. 보이지 않는 학력 차별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빚을 내서라도 대학을 가는 것이다. 대학을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책에서도 밝히다시피 대학은 어느새 스펙 쌓는 곳으로 바뀐지 오래다.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을 가지만 돈이 없어 공부를 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한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빌려주는 학자금 대출은 복지가 아닌 금융 서비스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저자는 자신이 상환해야 할 채무 목록을 책에서 밝힌다. 금리와 상환 날짜가 빼곡하게 적힌 채무 목록은 가슴 아프다. 저자가 만난 사례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자발적인 채무자가 된다. 대학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의지해 학교를 운영한다. 물가 상승률 보다 웃도는 등록금 인상안을 내밀며 그들이 가르쳐야 할 학생들을 대출의 세계로 안내한다.
대학 생활의 낭만을 이제는 누구도 꿈꾸지 않는다. 그저 연체 고지서와 문자, 전화가 오지 않는 시간을 살고 싶다. 대학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성과 능력이 아닌 빚이 쌓이는 곳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에서 탐구하는 주제는 단순하다. 걱정 없이 공부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제도를 고치고 다듬어야 하는가이다. 한국은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공교육비가 민감 부담이 높은 나라다.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 나아가 국가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대학생에게 대출을 권하는 국가. 대학생의 다른 이름은 채무자가 되어 버린 현실. 등록금을 내고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식비를 줄인다는 한 대학원생의 이야기.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커피 한 잔으로 식사를 대신한다고 했다.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식비밖에 없어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저자가 연구하는 학생 채무자의 문제로 출발한다. 자신의 사례를 꾸밈없이 들려주고 제도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공부할 권리와 빚을 지지 않을 권리를 생각한다. 공부와 빚은 같은 선상에 둘 수 없는 말인데도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바꿔야 한다. 공부와 빛으로. 공부를 하면 빛날 수 있는 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