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용손 이야기 소설의 첫 만남 14
곽재식 지음, 조원희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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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늦게 시작해서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짱짱한 햇빛을 볼까 기대했지만 여전히 축축한 날입니다. 어떤 곳은 폭우가 되어 내리기도 하고 어떤 곳은 분무기로 분사하는 듯 조금씩 내리는 비는 왜 내릴까요. 바보 같은 질문 아니냐고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만들어지고 무거워진 구름이 지상으로 떨어질 때 기온이 높으면 비가 된다고요?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과학 이야기지요.

여기 왜 비가 내릴까를 궁금해하면서 시작한 소설이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꾼 곽재식의 『이상한 용손 이야기』를 읽어 보시겠어요. 읽고 나면 여러분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내릴 거예요. 그리고 이 여름 왜 이렇게 비가 오랫동안 내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장 소설 형식의 『이상한 용손 이야기』에는 자신이 용의 자손이 아닐까 의심하는 한 소년이 나옵니다.

네 살 때 부모님이 부부 싸움을 하고 어머니가 잠깐 집을 나가지요. 그때 아버지는 소년을 달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에휴, 내가 어쩌다가 저런 용 반 인간 반인 사람이랑 결혼했을까." 어린 소년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요.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조금 자라서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용 반 인간 반이 뭐야?" 그러자 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누가 너에게 용의 자손이라고 물어도 절대 아니라고 하라고 맞다고 대답을 한다면 실험실에 가둬다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년은 이상했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반응이. 그러다 결정적인 증거를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소풍날에는 꼭 비가 내린 것이었습니다. 다음날이 소풍이라는 설렘이 당일에 비를 쏟아지게 한 것입니다. 자신이 용의 자손이 아니라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능력 따윈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기우제를 지낼 때 용에게 비를 기원했다는 용은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소년은 이후 감정을 조절하면서 살았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파문이 일거나 감정적으로 동요되면 어김없이 큰 비가 내리는 것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마음이 있어도 감정은 없는 것처럼. 조심조심. 그러다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소년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날 이후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일어났습니다. 곧 노아의 방주라도 만들어야 할 판인 것입니다.

마음은 왜 있는 걸까요. 우리 마음에 찾아오는 무수한 격랑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며 살아야 할까요. 『이상한 용손 이야기』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나를 지나가는 감정의 정체를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소설입니다. 애틋하고 귀엽고 명랑한 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비와 마음, 소년과 사랑, 신화 속 상상의 동물 용이 모여 우리의 시간을 소중하게 물들입니다.

지금 비를 맞는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이 너무 좋습니다. 소설과 함께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우리를 어른이게 하는 것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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