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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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외로움 때문에 울 때는 아직 그가 덜 컸다는 증거고 나와 상관없는 남의 외로움 때문에 울 수 있다면 이미 그가 다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공선옥, 「일가」中에서)

은유의 『다가오는 말들』을 읽는데 공선옥의 소설 「일가」가 떠올랐다. 열여섯 희창이는 일 년 전에 자신의 집에 다녀간 일가인 아저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돈을 벌러 온 당숙이라고 하는 아저씨는 처음에는 손님 대접을 받았다. 희창이네에 눌러 살 기색을 보이자 엄마는 아버지와 싸우고 집을 나간다. 아저씨는 자신의 내력을 이야기해주고 다음날 떠난다. 희창이는 벽에 기대어 앉아 아저씨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추측하며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외로움이 아닌 남의 외로움의 크기를 짐작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다른 이의 말을 들어주고 그의 내력을 짐작하는 것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면 나는 어른인 걸까. 『다가오는 말들』은 우리는 진짜 어른인가를 질문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은유는 여성과 엄마, 작가, 강연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사유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현상을 책 소개와 함께 적어 내려간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에 맞추어 재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책을 읽고 상처를 들여다볼 것을 권유한다.

그가 학인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겪었던 이야기. 글쓰기 노동을 하는 프리랜서의 고충. 엄마이자 사회인으로서의 아이들에게 갖는 미안함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어정쩡함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타인의 고통에 함께 감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가오는 말들』에 담겨 있다. 노키즈존, 여성차별, 혐오의 시선들에 대한 단상을 읽으며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나 되돌아 보았다.

삶이란 사는 것이 아닌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는다. 나의 어정쩡함.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괴로움은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희열로 바뀌기 시작했다. 쓰지 못하면 읽는 사람으로 살아가도 될 것이다. 『다가오는 말들』에 인용된 책들을 찾아 읽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다른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독서의 세계를 넓혀 나가는 일은 어른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지나가고 다가오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겠다.

상처를 받고 혹은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세상에서. 혼자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다가오는 말들』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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