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민수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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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름이 같은 두 남자가 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피터 김, 한국 이름은 김민수. 중학교 2학년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 민수. 묘한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 우정을 쌓아가는 『오늘의 민수』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피터 김의 애니메이션을 불법인지 모르고 다운로드해서 고소 위기에 처한 중학생 민수는 피터 김을 찾아간다. 자신의 사정을 담은 편지를 내밀고 고소 취하 부탁을 한다. 자신의 영화평이 진솔하게 담긴 글을 읽은 피터 김은 부탁을 들어준다.

민수의 방학 기간 동안 피터의 집에 와서 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민수의 아버지는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병을 얻어 돌아가셨고 지금은 분양 사무소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금 150만 원을 마련하기 힘들다. 민수는 기꺼이 일을 하러 간다. 피터 김의 커피를 타는 것과 소소한 심부름을 한다. 에어컨이 없는 자신의 집보다는 훨씬 시원해서 피터 김이 따로 일을 시키지 않을 때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는다. 사실 민수는 꿈이 있다. 엄마는 싫어하지만 만화를 그리고 싶어 한다.

만화를 좋아해서 피터 김의 영화도 다운로드해 보려고 했다. 전에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 동안의 특별한 일. 이름이 같은 영화감독과 시간을 보내며 민수의 꿈은 무르익어간다. 할아버지라고 불리기 싫어하고 영화 인터뷰를 질색하는 피터 김, 민수는 열다섯의 민수에게 특별한 수업을 받는다. 평소 마음에 들어 한 카페 사장인 여진의 마음을 얻는 비법에 대해서. 나이를 초월한 그들의 우정은 여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을까.

『오늘의 민수』는 꿈을 향한 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 따위 벗어던지고 오늘을 위하며 살라고 말한다. 민수들이 겪는 꿈의 좌절과 극복을 통해 오늘의 나에게 힘내라고 외쳐주는 소설이다. 만화가의 꿈을 가진 민수를 보며 열다섯의 나를 돌아본다. 그 시절 나는 꿈보다는 즐거운 오늘이 있기를 바랐다.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일이 있는 민수의 오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오늘이 있다면 내일은 걱정이 없는 시간이 될 테니까.

어린 나이에 슬픔을 알아버린 그래서 눈치가 빠르고 다른 이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애틋한 민수. 괴팍한 성격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영화감독 민수. 두 사람의 오늘과 나의 오늘이 만난다. 명랑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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