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이런 미스터리는 없었다. 이것은 미스터리인가 코믹인가. 나름 일본 미스터리를 읽어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새로운 발견이다. 아니다. 나만 몰랐던 것이다. 구라치 준을.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지(이름하여 엄근지) 않은 다섯 편의 추리 소설이 찾아왔다. 제목도 이상한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심각한 이야기인데도 우스운 분위기를 끝까지 가져간다. 도박에 재산을 탕진한 형이 친동생을 죽이겠다고 계획하는 「ABC 살인」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향연은 낯설지만 친숙한 이야기의 세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국내에 소개된 구라치 준의 소설은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을 포함하여 세 권이다. 진심으로 이 작가의 첫 작품부터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만큼 이 소설집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사 업무와 사내 근무를 관장하는 「사내 편애」의 경우 마지막의 소소한 반전까지 챙기기를 바란다. 살인 현장에 시체의 입에 파와 물려 있으며 그 곁에는 케이크가 놓인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은 범인의 심리를 독자가 상상하게 만든다.

「밤은 보는 고양이」는 사회파 추리 소설의 형식을 아주 살짝 띄고 있다. 밤마다 벽을 투사하고 있는 듯한 고양이의 행동에서 '나'는 기묘함을 느낀다. 고양이의 관점에서 파악한 이야기의 형태는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고 있다. 드디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제작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에서 펼쳐진 살인 현장은 대체로 말이 안 되는 모습인 것이다. 이상한 실험실에 차출된 병사의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전쟁의 막바지 시기 이유도 알지 못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돌리는 병사의 죽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내야 할 것인가. 범행 도구? 범행의 동기?

가장 긴 분량의 이야기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은 신소재 연구 개발의 결과인 데이터를 얻으러 간 하마오카의 이상한 하루를 그린다. 경비가 철저한 그곳에서 멜론 캐릭터 인형탈을 쓴 선배 네코마루를 만난다. 구라치 준의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의 주인공인 네코마루는 웃기지만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인물이다. 부디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를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물을 담은 양동이에 머리를 얻어맞은 연구소 실장이 겪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네코마루의 전적이 궁금하다.

책을 읽다 보면 발견의 기쁨을 느낄 때가 있다. 새로운 작가의 발견. 책태기에 빠진 어렵고 심각한 것은 싫다,라는 추리 소설 마니아라면 손에서 놓지 않을 이야기가 담긴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을 추천한다. 반드시 위 조건에 충족해야 한다. 책태기에 빠져 있어야 하고 어렵고 심각한 것은 싫다며 징징대야 하고 추리 소설 좀 읽어본 자야 한다. 술술 읽히면서도 사건의 긴장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구라치 준의 발견. 쉽게 쓰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매력적인 문체의 미스터리 세계로 빠져 보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