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우주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3
김인숙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한 번 산다. 누구도 두 번 살지 않는다. 한 번 살고 한 번 죽는다. 김인숙의 소설 『벚꽃의 우주』속 주인공 미라는 그걸 아는 인물이다. 1994년 열 네살에서 목도한 엄마의 죽음 앞에 미라는 이 세계가 우연으로 점철 되고 선택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든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집에서 새롭게 맞이할 아버지와 행복한 시간을 꿈꾸었다. 누군가에겐 꿈을 꾸는 것도 허용 되지 않는 걸까. 미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천체 망원경을 보여 준다는 새 아버지가 될 '천문대'(그가 천문대에서 일한다고 하여 미라는 천문대로 불렀다)가 운전하는 차에 엄마와 보러 가는 길이었다.

한 번 잘못된 인생의 경로는 우회 해서 돌아나올 수도 후진해서 빠져 나올 수도 없다는 것을 미라는 사고 이후에 깨달았다. 자신과 천문대는 멀쩡한데 이제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엄마는 서서히 죽어갔다. 요양원에서 엄마의 병상을 지키며 미라가 읽은 책은 우주에 관한 것이었다. 몇 억 광년이라는 숫자로 표현하기 힘든 거리의 있는 별들이 폭발하고 그 빛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엄청난 속도를 상상하며 미라는 죽음을 버텼다. 미라의 삶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거리에 가 닿아 있었다. 우주의 어느 은하에 갇혀 있다가 떠오르다가 폭발한다.

불꽃놀이 축제에 맞춰 미라의 연인 민혁이 프로포즈를 할 낌새를 보였다. 미라는 당연히 그날 떠들썩한 프로포즈의 주인공이 될 줄 알았다. 인생은 잘못든 길에서 고라니 혹은 무기를 든 침입자를 만나도록 누가봐도 인과 관계가 맞지 않는 우연적인 사건으로 전개된다. 민혁의 고백을 듣고 미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벚꽃의 우주』는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감추려 든다. 미라와 민혁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전부 믿어야 할지 혼란이 올 때도 작가는 제대로 된 서사를 꺼내지 않는다. 기억은 오류 투성이이고 인간은 더더욱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듯이 말이다.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건의 과정을 짜 맞추며 살아간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있어서 살 수 있다.

미라의 선택은 인간이 한 번 살기 때문에 저질러 지는 것이었다. 버튼을 누르고 리셋. 다시 시작 하는 단계가 없기 때문에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른 채 밀고 나간다. 잘못을 덮기 위해 잘못을 하고 용서를 구하지 못해 용서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보여주는게 아니라 한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구하는지 『벚꽃의 우주』는 보여준다. 선택은 결과를 장담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선택이란 지금의 일을 수습하기 위함이지 나중의 일까지 장담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미라는 그것은 결국 일어날 일로 여기며 살아간다. 자신의 아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보한 채 말이다. 확보된 미래가 없는 자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뒤집힌 그림을 보듯 사랑이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괴물이나 사람의 형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죽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하고 있는 어느 은하에 주변부에 가 닿아 지구에 남아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견디기가 수월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