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통이 아니네 - 오늘도 탈탈 털린 당신을 위한 충전책
김보통.강선임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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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은 책 읽기. 자주 가는 곳은 집 근처 새로 생긴 카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중에 라이언과 사랑에 빠져 있다. 나를 설명하는 일은 이토록 단순하다. 일부러 단순해지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복잡할 것 같은 일과는 거리를 두려 한다. 예전에는 어려운 책도 끝까지 읽었는데 요즘은 쉽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주로 읽는다.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간의 제목을 보면서 지쳐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니 놀랍기만 하다. 우울증, 회사 싫어증, 기분부전장애,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왜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일까. 생각만 했던 이들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책을 읽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일은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 나의 고민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책에서 발견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마음이 처진다면 김보통, 강선임이 함께 쓴 『이거 보통이 아니네』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 책의 부제는 '오늘도 탈탈 털린 당신을 위한 충전책'이다. 표지에는 김보통 씨가 매우 지친 얼굴로 지하철 바닥에 앉아 있다. 보조 배터리라도 들고 와 고속 충전을 해야 할 것 같은 표정이다. 안쓰럽다.

『이거 보통이 아니네』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간 보통씨가 만난 사연을 이야기 형식으로 새롭게 쓴 책이다. 사연들이 웃기고 슬프고 짠하다. 회사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상하고 기분 나쁜 일을 털어놓는다. 각각의 사연만 읽고 있어도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 하면서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게 된다. 카페에 앉아 읽으며 전자책이라 밑줄을 그을 수는 없고 공감 가는 부분에서는 맞아 맞아를 외쳤다. 워라벨이라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라고들 하는데 일만 죽도록 시켜 놓고 어디에서 삶의 균형을 맞추라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넵병, 시발 비용, 싫어증에 관한 꽤나 심도 있는 고찰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로 보통이들의 하루를 위로해준다. 행복한 책 읽기의 시간이었다. 평범하고 보통의 삶을 살고 싶었다, 우리 보통이들은. 가뜩이나 힘든데 싼 가격을 찾아 검색하고 이렇게 바쁜데 휴가 가는 사람이 어딨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혼자만 일하고 싶지 않았다. 외모 품평을 당하고 착한 사람이라면서 시키는 일에 넵병에 걸린 사람처럼 네네만 읊조리고 있었다. 난 꿈이 있었죠, 그 꿈은 퇴사라는 꿈이라는 짠한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보통이들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거 보통이 아니네』는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상을 가지고 보통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응원한다. 중산층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제철 과일을 사 먹고 좋아하는 음료를 사이즈 고민하지 않고 사 마시는 하루를 가지고 싶을 뿐이다, 우리 보통이들은. 다가오지도 않을 먼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치고 우울해하지 말자. 오늘의 달다구리를 먹고 지쳐 있는 보통이를 위해 야식을 먹으며 주말만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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