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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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 아사이 료의 소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에는 기리시마가 나오지 않는다. 기리시마가 나오지도 않는데 제목에 떡하니 이름을 붙여 놓았다. 아사이 료는 첫 소설을 신인 작가의 패기로 똘똘 뭉쳐 놓았다. 제목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놓고 정작 소설에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묵비권의 수법을 쓴다. 소설은 열일곱 살의 나이를 가진 동아리 부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그려 놓았다. 그 가운데 요주의 인물 기리시마가 있다.

배구부 주장인 것 까지는 밝혀 두었다, 기리시마의 정체를. 어느 날 갑자기 기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두고 일어난 일을 감각적인 필치로 청춘 영화의 장면들처럼 아사이 료는 펼쳐 놓는다. 실제 아사이 료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쓴 소설로 그 나이만이 쓸 수 있는 감수성이 가득한 소설이다. 아이의 세계를 이제 막 통과한 사람만이 기억해서 쓸 수 있는 감정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다. 시골 고등학교에 동아리를 중심으로 고민과 걱정, 미래의 불안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야구부, 배구부, 브라스 밴드, 영화부, 소프트볼부, 배드민턴부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위'와 '아래'를 생각하기도 하고 각자 속해 있는 동아리에서 위치를 걱정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의 고등학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입시 위주의 정책인 학교라 동아리가 활발하지 않았다. 독서부라는 다소 지루지루한 부서에 들어가 책을 읽다가 자다가 돌아오는 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 했었다. 일본과 한국은 조금 다르구나를 체감했다. 운동부는 특별한 아이들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애들은 수업 시간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고 시험도 치러 오지 않았다. 합숙을 하고 말이 거칠었던 것이 기억난다. 다른 공간에서 십 대를 보냈지만 고민은 비슷했을 것이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속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성장통은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그 빛깔이 달라지지 않는다. 무채색이거나 희고 핑크빛이거나 시간이 지나면 밝은 푸른색으로 바뀔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거나 상상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멀어져 있거나. 아사이 료는 예민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학교가 전부는 아니었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다른 세계의 세상이 있음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을 소설이다. 아이들이 하는 고민과 불안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내면은 단단하다. 부서지더라도 희망과 용기라는 접착제를 스스로 구해 다시 붙인다. 동아리를 나가는 것이 이상하고 대단한 사건이 아님을 내 친구 기리시마는 알았던 것이다. 배구부 주장이 아니어도 기리시마는 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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