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냉동실에 잠들어 있는 떡과 만두를 냄비에 한가득 끓여 먹었다. 토요일 밤은 모든 게 느슨해진다. 밥과 과자를 배부르게 먹어도 콜라를 마셔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한 주를 열심히 산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버텨냈다는 마음에. 이런저런 행복한 마음을 이어가고자 책을 펼쳤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단숨에 읽었다. 재미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인 가족이 기본 가족 구성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형태의 가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는 흔해졌고 이제는 2인 가구, 그것도 필요와 계약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족이 나왔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트위터로 알게 된 카피라이터 김하나와 잡지 에디터 황선우의 동거 기록을 담아내고 있다. 각자 혼자 살고 있다가 집을 알아보고 대출을 해서 망원동에 덜컥 아파트를 구매했다. 황선우의 표현대로라면 생애 가장 큰 지름을 한 것이다. 성격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두 여자가 함께 산다니, 나라면 절대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다. 대체 어떤 사람들인 거야 하는 마음에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새벽으로 가는 내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어 내려갔다.

김하나는 자신의 가족 형태를 분자 가족이라고 말한다. 여자 둘(W2)과 고양이 둘(C2)이 이루어진 각각의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된 가족 형태(W2C2). 김하나는 요즘 말로 미니멀리스트. 황선우는 요즘 말로 맥시멀리스트. 따로 살았을 때 김하나는 종종 황선우의 집에 가서 그야말로 물건들의 천국에 가서 천사 노릇을 했다. 망가진 물건을 수리하고 청소를 했다. 그러다 의기투합해서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30평 대 아파트였는데 이사 첫날 황선우의 짐이 들어오는 순간 김하나는 도망가고 싶었다고 밝힌다.

두 개 있는 물건은 하나만 남기고 서로의 영역을 정해서 정리를 해 나갔다. 김하나의 서랍에서 셔츠 몇 벌을 빼고 황하나의 옷을 넣어주는 식으로. 물건 하나를 들이기 전에는 황선우도 고민을 한다. 그밖에 청소를 포함한 집안일하는 것에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타협하고 받아들인다. 황선우의 글에서 많은 공감을 하고 배웠다. 여자 둘이 산다고 하는 말에 가지는 사람들의 편견과 결혼하지 않는 자신에게 가하는 오지랖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점에서 말이다. 여자 둘이 사는 가족의 형태에 대해 장단점을 조곤조곤 알려준다. 바쁜 황선우는 일주일에 한 번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받기로 한다. 네 시간이 기본이었는데 어느 날 일찍 들어갔더니 네 시간을 채우지 않고 도우미 분이 가버렸단다.

윗집에서 물이 새서 고쳐 주기로 했는데 주인아저씨의 태도가 싹 바뀌는 에피소드 역시 한국 사회가 가지는 더러운 편견을 보여준다. 결혼하지 않는다. 여자 둘이 산다. 사람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간의 사정과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김하나와 황선우가 오지라퍼들에게 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밝히는 책이다. 둘 다 글을 잘 쓴다. 그래서 김하나의 책 『힘 빼기의 기술』을 샀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남에게는 관심이 없다. 일회성 호기심만 있을 뿐이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싫어하는 것에는 대화를 요구하면서 그들은 살아간다.

노후를 준비하는 게 나중에 차릴 가게에 틀 음악을 고르는 것이라니. 책의 말미에 나오는 생활동반자법의 발의를 지지한다. 정해진 규율에 따르지 않을 때 가해지는 폭력과 의아함에서 놓여날 수 있는 법이다. 다양성과 새로움이 우리를 지켜 나간다. 여자 둘이 셋이 넷이 살아도 특별한 것이 아닌 내일로 가는 길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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