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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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늘 꾸던 꿈이 있다.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이었다. 날개도 없이 텅 빈 하늘을 날았다. 꿈이라서 그런가 무섭지 않았다. 빌딩 위를 날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깨고 나면 아쉬웠다. 한 번쯤 생각해 보았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면 어떨까 하고.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는데 날아다니고 싶다니. 현실의 꿈은 터무니없다. 구병모의 소설 『버드 스트라이크』에는 하늘을 나는 인간이 나온다. 터무니 없는 현실을 사는 인간의 꿈은 소설에서 이루어진다. 익인과 인간의 세계를 특별함이 아닌 보통의 평범함으로 구축한다. 구병모의 놀라운 소설적 기법이 더해지면서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 『버드 스트라이크』는 환상과 모험의 이야기이다.

사막에 한 사람이 표류한다. 시험 비행을 나왔다가 사막에 불시착한 것이다. 생명이 꺼져갈 때쯤 누군가 다가온다. 거대한 날개가 그의 몸을 감는다. 이야기는 다음으로 이어진다. 비오는 다른 익인과는 다르게 날개가 작다. 아버지에게 그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버지는 비오가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고 충고한다. 이야기는 다시 다음 장면으로 연결된다.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날아든 익인들. 그들은 청사를 습격한다. 원하는 것을 미처 말하지 못하고 비오만이 경비병들한테 잡힌다. 왜 이곳까지 날아와 피해를 입혔는지 말해야 하지만 비오는 말 할 수가 없다. 그때 인간 세계의 책임자인 시행의 딸이 익인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들어왔다가 비오의 인질이 된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종족인 익인은 인간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산물을 인간에게 내다 판다. 인간들은 갈수록 더한 것을 요구한다. 익인과 인간은 하나의 세상에서 공존을 꾀할 수 있을까. 비오의 인질이 된 시행의 딸, 루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구병모는 소설 세계에서 알아주는 마법사로 통한다. 환상과 모험, 현실과 꿈의 중재자로서 구병모는 완벽한 소설의 세계를 완성한다. 인간이 흠모하는 특별함은 익인들에게는 평범함이었다. 대체 하늘을 어떻게 날고 날개는 몸의 어느 부분에서 나오는지 궁금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미오의 행동을 통해 구병모는 조화와 공존, 연대를 이야기한다.

소설의 결말로 나아갈수록 비오와 루의 염원은 날것의 희망으로 연주된다. 그들이 서로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하늘로 나아가는 쾌감을 선사하기 위해 구병모는 힘찬 문장과 서사로 소설을 끌고 간다. 단지 하늘을 나는 흥미로운 인물이 나오는 것으로 극적인 재미를 주지 않는다. 다르다는 것과 낯설다는 것으로 서로를 소외시키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버드 스트라이크』는 흥미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실험적이고 파괴적인 소재와 인물을 창조하는 구병모의 소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물리적으로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다. 혹시 모를 일이다. 우리 몸속에 날개가 숨어 있을지. 날개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단 한 번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기 위해 날개를 펼칠 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우리조차 모르는 날개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소설이다. 현실과 꿈이 충돌할 때 꿈의 길로 인도해 줄 날개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좌절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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