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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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의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는 발상이 재미있는 소설이다. 국가가 나서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맞선을 추진한다. 국회에서 법안으로 가결돼서 원하지 않아도 기간 내에 맞선을 봐야 한다.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다. 상대에게 원하는 것 한 가지만을 쓸 수 있고 나머지는 지역 내에서 무작위로 추첨하는 방식이다. 맞선을 보고 세 번 거절했을 시에는 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소설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간호사 요시미, 컴퓨터 엔지니어 다쓰히코, 라디오국에 근무하는 나나, 외국 여행 가이드 란보를 통해 <추첨맞선결혼법>에 맞서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린다.


국가가 저출생에 대비해 이런 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될 줄 몰랐다. 네 명의 주인공은 법안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익혔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는 저출산이었다. 왜 저출생이라는 말을 썼을까. 저출산이라는 말에는 아이를 낳아야 하는 주체가 여성임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출생률이 떨어지는 원인을 여성으로 돌리고 있다는 뜻도 된다. 요즘 추세에는 저출생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소설은 저출생의 대책으로 기혼율을 높이는 <추첨맞선결혼법>이 통과되면서 일어나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각자의 사정과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의지력 약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요시미와 스스로를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다쓰히코는 이 법안이 마음에 든다. 요시미는 자신에게만 매달리는 어머니와 따로 살고 싶다. 다쓰히로는 국가가 나서서 결혼을 시켜준다는 생각에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서 입는 등 맞선에 기대가 크다. 나나와 란보는 만난 지 2년 째이다. 나나는 부유한 란보와 결혼해서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란보가 왜 청혼을 해오지 않은지가 궁금할 뿐이다. 란보는 마마걸인 나나가 부담스럽다. 이야기는 네 명이 얽히면서 이상한 법안에 맞서면서 얻게 되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말한다.

<추첨맞선결혼법>에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외적인 목적이 있는 반면 일본의 군대 구축을 합법화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세 번 거절한 남녀는 강제로 테러박멸대에 들어가 복무해야 한다. 일본은 2차 대전에 패하면서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자위대는 치안 유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남녀를 테러박멸대에 복무함으로써 일본 내의 전력을 향상시키려는 꼼수를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에서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소설 시작의 신문 기사로 간략하게 나올 뿐이지만 세계 평화와 안전을 부르짖지만 뒤로는 군대 전력을 총력으로 키우는 일본을 비판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삶이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가를 집중 탐구하는 소설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에서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결혼과 추첨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결혼을 복권 당첨으로 생각하는 시대를 소설에서라면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국가의 강제적인 법안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통과될 수도 있다. 소설은 현실을 가정하고 쓰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서둘러 결혼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현재란 역사를 잊은 자들에 의해 다시 과오가 저질러질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의 역사가 떠올랐다면 비약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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