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함께 꾸는 꿈
노회찬 지음 / 후마니타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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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일어난 일 중 믿기지 않은 일은 노회찬 의원이 저세상으로 가 버린 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보이길 바랐다. 무더위가 극심한 7월 말이었다.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이었다. 길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의원직이 상실되고 당이 분열되는 엄혹한 순간에도 버텼는데. 특유의 유머와 촌철살인으로 구태의 정치판에서 빛나던 사람은 이제 없다.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보듬어 주던 따뜻한 사람이 없다. 


그는 낮은 곳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노회찬, 함께 꾸는 꿈』은 그의 말과 글이 담긴 책이다. 유신 시절을 살던 고등학생 노회찬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시작했다. 교과서에 나온 법의 이념과 현실 정치의 괴리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이었다. 대학에 가서 용접을 배워 자격증을 따고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노동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노회찬은 좋은 사람이었다. 아니 노회찬은 좋은 사람이다.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 늘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몇 정거장 가지도 못하고 만석이 되는 그 버스에 타야 하는 사람들의 고단함을 세상에 외쳤다.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과 밥을 먹고 당신들의 곁에 정의당이 있으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매해 여성의 날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장미꽃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노회찬, 함께 꾸는 꿈』을 읽다 보면 그는 쉬운 언어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구나 실감하게 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를 그는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하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위트 있게 말한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 심각함을 웃음으로 참담함을 위트로 헤쳐 나가는 사람이었다. 혼자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닌 함께 살면서 희망을 꿈꾸자고 말했다. 누구나 악기 하나씩은 다룰 수 있고 교육과 복지 혜택을 누리면서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가 꾸는 꿈은 우리가 함께 꾸고 싶은 꿈이었다. 


의무 교육 기간이 늘어나고 배고픈 아이들이 없는 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이루어지는 사회.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이 없는 대한민국. 그가 바라던 세상은 사회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의 꿈이 나의 꿈이 되고 우리의 꿈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그가 남기고 간 43개의 법안이 통과될 날을 기다린다. 늘 웃음을 지으며 낡은 구두를 신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던 그의 모습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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